[340호/사무사] 도시화를 다시 생각하자

2018-03-25     편집장

지난 27일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OECD 한국도시정책보고서’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의 도시화율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하면서 “기존 수도권과 지방도시나 쇠퇴하는 도시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도시화율(OECD기준)이 2010년 기준으로 85.4%이라는 높은 도시화수준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비롯된 발언이다. 85.4%의 도시화율은 OECD 34개 회원국 평균인 47.1%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OECD는 우리나라의 높은 도시화 수준을 경제발전 전략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의 빠른 산업화로 인해 노동력과 자본이 도시에 흡수되면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초기에는 서울과 부산 등의 도시를 대도시로 집중 양성하는데 주목적이 있었으므로 도시들 간의 불균형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점점 이들 대도시와 주변 지역들은 하나 둘씩 대도시를 따라 도시의 ‘색깔’로 입혀져 갔다. 결국 급격한 경제발전이라는 현대사의 굴곡진 편력을 거치면서 도시화 역시 급격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아직까지도 서울은 도시화의 상징이다. 지방의 많은 지역들은 여전히 서울처럼 되기 위해 서울을 향해 경주한다. 계속해서 도시의 모습으로 변모하려 발버둥 친다. 도시화가 된다면 좋은 생활환경이 마련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지역으로 끌어올 수 있고, 이는 곧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화로의 질주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여건을 조성해 줄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정신적 풍요를 위협하는 해악이 될 수 있다.
이웃주민의 대소사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옆집의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말이 자연스럽던 예전의 지역들은 어느덧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어버린 도시로 변모했다. ‘이웃집의 일도 내 일’이던 예전의 지역과는 달리, 도시 안에서 한 개인이 무슨 일을 하든지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한 개인의 행동은 무시되고 외면당한다. 도시가 농촌보다 많은 구성원이 있음에도 고독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결국 도시는 정이 그리워지는 사회가 되어버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의 높은 도시화율을 거론하면서 이 같은 도시화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 역시 도시화로 인해 인구집중이 야기되어, ‘실업, 빈곤, 질병, 범죄 등과 더불어 주택난, 교통난, 급수난, 청소문제, 그리고 각종 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해, 재해, 사고 등’과 같은 도시문제를 낳아 사회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도시화로 인해 파생되어지는 문제는 우리의 ‘정신적 결핍’ 문제이다. 보통 도시로 변해가면 더 좋은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도시화로 빚어진 ‘좋은 생활수준’이 더 편리하고 먹고 살기 좋은 것에만 한정된다면 그것을 ‘좋은 삶’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