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호/문화와 교육이 만났을 때] 학생을 위한 교무회의는 없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공개코미디 형식의 개그프로그램이다.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개그콘서트의 인기는 여전하다. 개그콘서트를 시청하고 나오는 전통의 엔딩곡(Stevie Wonder의 Part Time Lover)이 들리면 다음날은 다시 회사나 학교에 가야 한다는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지는 사람도 있다. 개그콘서트에서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박’이 터진 유행어는 사회적으로 트렌드가 되어 다음날 월요일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심심치 않게 들어 볼 수 있다. 이렇게 개그콘서트는 사회적으로,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개그콘서트의 요즘 웃음 테마는 ‘풍자’이다. 풍자는 문학 작품 따위에서,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나 인간들의 결점, 모순 등을 빗대어 비웃으면서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풍자는 오래전부터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을 비판하고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코드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다.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회의’라는 코너에서는 비상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상사가 어떠한 상황이 닥치든 간에 무조건 억지스러운 논리로 ‘안 돼~’나 ‘사람 불러야해’만 외쳐 관료제 하의 복지부동적 자세를 비판한다. ‘사마귀유치원’이라는 코너에서는 네 명의 선생님이 등장하며 꿈도 희망도 없는 사회적 현실을 아이들에게 혹독하게 교육하며 지금의 현실을 비판한다.
‘교무회의’라는 개그콘서트의 코너 역시 풍자로써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코너이다. 개그콘서트의 ‘교무회의’는 한 학교의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코너에서 나오는 선생님들은 다들 ‘풍자’의 대상이다. 코너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회의를 진행하는 교장선생님도 능력이 없긴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해결책을 다른 과목 선생님들에게 묻고 다른 선생님의 이상한 이야기에 타박만 할 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회의를 주체적으로 진행하지 못한다. 회의를 진행하며 휘둘리기만 할 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하지 못한다.
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다른 선생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학선생님은 손해와 이익만을 분석할 뿐이다. 음악선생님은 자신의 세계에 빠져 다른 선생님들과 놀기에 바쁘다. 과학선생님은 이상한 실험을 반복하며 ‘닥쳐라 수학’만을 이야기 한다. 미술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학생들에게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하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학생주임 선생님은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학교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기 위해 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등의 이상한 주장만을 내세운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풍자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느 국회의원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고소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 이런 풍자적인 상황이 나타났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교무회의’에서는 그 누구도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과목과 전공에 갇혀 좁은 의견과 지식만을 이야기할 뿐 학생에게 다가가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사람은 드물다. 탁상공론만 할 뿐 실재적인 현실에 다가가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교무회의는 선생님들끼리 하는 회의이다. 그러나 교육이 학생과 교사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볼 때 교무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을 고려하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생각 없이 교사만 생각하는 교무회의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며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개그콘서트의 ‘교무회의’ 코너가 ‘풍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