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호]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2018-03-23     김택 기자

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그만큼 해수면이 높아지고, 해수면이 높아지면 육지는 바다에 잠길 터다. 한차례 짓궂은 호우가 휩쓴 듯, 도시는 물에 잠기고 동물원을 빠져나온 펭귄 한 떼가 무리지어 빌딩과 빌딩 사이를 유유히 헤엄칠 법하다.

이러한 오해는 북극의 특성을 고려치 않아 생긴 오류라 할 수 있다. 애초에 북극엔 빙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해는 명확한 개념 정의에서 그 실마리가 풀린다. 빙하는 대지 위에서 눈이 녹고 얼고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얼음 덩어리인데 비해, 북극의 얼음은 맨땅 위에 서있지 않다. 북극은 바다 한 가운데 묵직하게 둥둥 떠 있는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이 굵직한 얼음 덩어리를 해빙이라고 부른다.

북극의 얼음은 그린란드 등에 분포한 빙하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북극의 얼음은 짭짤하다. 그렇다면 북극의‘해빙’이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하면 되는 걸까? 역시나, 그렇지 않다. 물 컵에 얼음을 띄워 보면 얼음이 표면을 간신히 드러낼 만큼 잠기는데, 이 얼음이 모조리 녹는다고 해서 물 컵 안의 수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물에 떠있는 얼음의 부피가 이미 물의 높이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북극을 떠다니는 431만9380㎢의 해빙이 모두 녹는다고 해서 해수면의 차이는 크게 변화가 없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면 해빙의 융해가 해수면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실감이 날 것이다.

그렇다면 해수면 상승의 주역은 해빙이 아니라‘진짜’빙하라 할 수 있다. 육지의 육중한 빙하가 녹아내려 바다로 몽땅 흘러내리면 바다의 부피가 늘어나 해수면이 상승한다. 그러한 점에서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은 지상 최대의 빙하 덩어리인 남극이다. 북극과는 다르게 남극은 바다위에 떠있는 해빙이 아니라 대지 위에 서 있는 두꺼운 빙하다. 북극의 그린란드, 미국의 알래스카, 아시아의 히말라야, 남미의 파타고니아 등, 맨 땅위에 얼음 쌓인 곳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남극의 빙하는 지구 전체 빙하의 90%에 가까운 양을 차지하고 있다. 대지 위에 두께 2700m의 얼음 덩어리가 세워져 있음을 떠올린다면 그 양이 실감이 날 것이다.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에 따르면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약 57미터가 상승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던져질 물폭탄은 북극이 아니라 남극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극의 해빙이 점점 녹아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북극 해빙의 융해가 해수면 상승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지언정, 인간이 짊어질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북극의 해빙은 지구 대기의 흐름과 연결되어 있어 해빙이 모두 녹을 경우, 만만치 않은 기상의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본래 북극의 넓은 해빙은 태양광을 반사시켜 북극의 온도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차가운 남극과 북극은 차가운 해류와 바람의 흐름을 만들어 적도의 열을 골고루 이동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 바다가 태양광을 마주하여 그 열을 온전히 흡수하고 북극의 온도는 상승한다. 그렇게 차가운 남극과 북극으로 유지하던 거대한 균형이 깨진다. 거대한 지구 속 작은 북극의 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생태계의 변화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다.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발 디딜 곳 없이 허허바다니 순록, 사향소, 북극여우, 북극곰은 사라진다. 북극제비갈매기는 알을 품을 새 요람을 찾아 떠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온갖 기상이변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바다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바람은 세지고 습도도 상승함에 따라 더욱 강력한 태풍이 출현하게 된다. 적도의 열이 전처럼 잘 분산되지 않으니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이 외에도 북극의 해빙이 녹음으로써 앞으로 인간이 맞이해야할 미지의 변화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북극의 얼음덩어리가 빙하든 해빙이든 간에, 아무쪼록 관심을 가져야 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