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호]누구로부터의 교권침해인가
“책임을학생·학부모에게전가하지마라”
오랜 기간 동안 교실 현장의 붕괴를 외치는 목소리가 끊임이 없었다. 주입식 교육, 교사의 권위주의 팽배……. 그 책임의 화살은 교사를 향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의 뺨을 때리는 폭력 교사, 학생과 단절된 채,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만을 고집하는 교육 현실등이 한동안 저녁 단골뉴스로 초대되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타고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
이제는 반대로, 화살이 교사를 등지려 한다. 지금 언론은 가해자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피해자로서의 교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한 교장은 학생에게 “너 밤길 조심해”라는 말을 들었고,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맞았다는 소식도 있다. 이렇다 하니, 교실 안에 CCTV를 설치해서 교권 침해를 방지하자는 의견이 들리는가 하면, 경기도의회에서는 독자적으로 교권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누구를 향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화살은 지금 학생과 학부모를 향하고 있다.
△ 교과부, 교권보호 종합대책 발표
지난 달 28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전날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11차 교육개혁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된 것이다. 이번 교권보호 종합대책은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교권 침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측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 졌다. 즉, 현행법령과 제도는 교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어 사실상 대응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권보호 종합대책은 ▲교권 침해 학생·학부모에 대한 특별교육 및 가중처벌 ▲피해교원에 대한 상담·치료 및 우선 전보 도입 ▲교권침해 은폐 처벌 ▲시도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등, 학생·학부모로부터의 교권침해를 고려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교권 침해 학생·학부모에 대한 특별교육 및 가중처벌 부문의 주요 항목으로는 학부모 소환제가 있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의 학부모는 자녀와 함께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이수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학부모 등 학생 이외의 사람이 학교 내에서 교사를 폭행·협박·성희롱하여 교권을 침해한 경우, 기존 형법상의 범죄보다 1/2까지 가중 처벌한다.
두 번째 항목에서는 피해 교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교권 침해로 신체적·심리적 피해를 입은 교원은 수업과 업무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하고, 필요한 경우 타 학교로 우선 전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교육청 관할 지역 내의 건강지원센터, 공공병원 등을 상담·치료 기관으로 사전에 지정하여 교권 침해로 인해 입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상담·치료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학교안전공제회가 우선 부담하고 후에 가해 학생·학부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피해 교원이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시도교육청에는 법률전문가를 채용하여 교권 침해 피해 교원에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세 번째 항목에는 교권 침해를 은폐하거나 방치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권 침해를 축소·은폐한 학교장에 대해서는 징계하고 이와 반대로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교권 보호에 기여한 경우에는 학교평가 및 학교장 경영능력평가 등에 반영하여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또한 현재 개별 학교 마다 설치된‘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개편하고 교원·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교권보호교육을 하도록 정례화 한다. 마지막으로는 시도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여 개별 학교 차원에서 조정되지 않는 교권 침해 관련 분쟁을 해결하고 다양한 교권 보호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측은 “역대 가장 실효적이고 강력한 정부의 교권보호 대책이며, 교권추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교육현장의 높은 기대와 평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했다.
△ 교권 침해, 누구의 책임인가?
그러나 전교조와 학부모 단체 측은 이러한 교총과 교과부의 입장에 동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성명서를 통해“교육정책의 실패 책임을 학생·학부모에게 전가하지 마라”며 교과부의 교권보호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곧 학생과 학부모를 준범죄자로 취급하는 비교육적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권리는 약자를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인데, 과연 학부모와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는 위치에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라며“어떤 이유로 교권이 추락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교권이 침해당하는 경우는 오히려 교장과 교과부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또한 논평을 통해“교육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를 지나치게 교권침해의 주범인 것처럼 대상화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히며 교권침해의 원인으로 교과부와 교장이 배제되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교장은 근무평정 권한으로써 사실상 교사의 인사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교사의 인권침해의 여지가 다분하다.
이 외에도 교장은 ▲학칙 제정권 ▲예산 집행 및 업체 선정 ▲보직교사 임명권 ▲기간제 교사 채용 ▲교사 초빙 권한 ▲교육과정 개편 등, 학내 제반사항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교장을 감시할 학교운영위원회는 자발적인 참여가 저조한 탓에 교장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인물 위주로 구성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과부도 교권을 침해한 또 하나의 가해자로 지목된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교과부가 시행한 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로 교사의 평가권이 침해당했다”라며 이어“교과부가 일괄적으로 마련한 문제로 전국의 모든 학교를 평가함으로써, 교사는 자기가 가르친 것으로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교과부의 시험에 맞춰 평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과부의 집중이수제와 무상급식반대 등도 교과부가 교권을 침해한 사례로 손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