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호] 반올림의 현재와 미래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권 주체가 되기 위한 노력
발행 : 2014. 4. 21
2007년 7월,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다산인권센터를 찾아갔다. 자신의 딸 황유미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풀기위한 노력이었다. 황유미 씨는 삼성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죽음에 이른 노동자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회사에 같은 병을 얻은 사람이 6명이나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황상기 씨가 가진 딸의 죽음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해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모여 활동하는 단체가 된 것이 오늘날의 ‘반올림’이다.
◇ 반올림의 시작
삼성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는 2005년 6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우연한 병인줄로만 알았지만 2006년 황유미 씨와 같은 조로 일하던 이숙영 씨도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다. 이 일을 계기로 산업재해라는 생각을 하게 된 황상기 씨는 이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언론사와 국회의원에게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직업병이라면 그 증거를 찾아오라는 이야기밖에 듣지 못했다.
2007년 3월 6일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황유미 씨는 죽음을 맞이한다.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던 황상기 씨는 같은 해 7월 수원시민신문의 기자의 소개로 다산인권센터의 활동가를 만나게 된다. 이어 민주노총 경기법률원에서 근무하던 이종란 노무사를 만나 자신이 가졌던 모든 의문점을 털어놓는다.
황상기 씨가 수소문해 알아낸 바에 의하면 백혈병 피해자가 6명이나 더 있었다. 이외의 피해자들이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고 반도체 생산 과정 중 어떤 화학물질이 노동자들을 병들게 하였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2007년 11월 20일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이후 2008년 백혈병 뿐만아니라 다른 종류의 암, 다발 경화증 등의 병을 앓고 있는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따라서 백혈병이 이외에 다른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전자사업의 노동자들도 포괄하기 위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 반올림’으로 이름을 바꾼다.
◇ 반올림 활동
반올림의 뜻은 반올림의 영어 명칭인 SHARPs에서 찾을 수 있다. SHARPs는 S-solidarity(연대), H-help(피해자 지원 및 상담), A-action(실천), R-research(연구), P-public Relations(홍보)로 각각의 철자마다 뜻을 함축하고 있다.
반올림의 첫 활동은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는 것이었다. 오프라인으로는 친·인척 중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장주변에 현수막을 걸거나 노동신문에 광고를 싣고, 반올림 소책자를 만들어 직접 홍보해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기사에 실렸고 다음 카페 반올림의 익명 제보 게시판을 통해 피해자들을 만났다.
제보를 통해 반올림에 모인 사람들은 산업재해 신청을 하고 있다. 또한 황유미 씨, 이숙영 씨, 김경미 씨 세 명은 산재불승인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에 나섰다. 1심판결에서 승소해 산재인정을 받았으나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해 아직도 재판 중에 있다.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2012년 노동부 산하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오랜 연구조사 끝에 반도체 제조 사업장 유해 환경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거기에서 반도체 공정과정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와 같은 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전리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 조금씩 산재로 인정되는 부분들이 생겼다”며 산재 인정받은 몇몇 경우를 소개했다.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비소, 전리 방사선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 반올림의 목표
반올림 상임활동가인 임자운 변호사는 “반도체는 첨단 산업 중 첨단 산업이다. 따라서 화학물질이 새로 도입되고 생성되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유해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유해물질 목록에도 없는 물질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는 그걸 직접 만지고, 호흡으로 마시는 노동자들이 그 위험성을 느끼고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하는 것부터 유해성 검사가 시작이 돼야한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고 나서야 ‘그 물질이 위험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물질의 위험성을 감지한 즉시 그 위험성을 알리고 ‘물질을 바꿔주세요’ 혹은 ‘작업 시 이 물질이 장갑에 스며들지 않아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장갑을 제공해 주세요’라는 등 노동자들이 자신이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 따라 알맞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 건강권의 주체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이와 함께 삼성에 노조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노조가 있었던 기아자동차 작업장에서 노조원들이 암에 걸리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작업현장을 개선하고 대체 물질을 사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됐다.
‘노조를 만들려는 조짐이 있으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라’는 내용과 노조 결성하려는 사람들을 ‘문제인력’이라고 칭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2년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렇듯 무노조경영을 내세우는 삼성의 노조 탄압은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신이 건강권의 주체가 돼야 한다. 국가가 노동 현장에 상시 거주하면서 화학물질 노출을 측정하고 화학물질을 측정하더라도 국가가 지정한 유해물질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국가는 물질의 위험성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현장에 있으면서 사용하는 유해물질의 유해성을 느끼고 신고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반올림은 이에 대해 노동자의 화학물질 등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돼야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반올림은 노동현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을 향한 삼성의 사과와 보상을 위해 삼성과의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