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호] 과정 있지만 결과 없는 인사청문회
정파적 이해관계 벗어나고, 제도적 문제 보완해야
"공직후보자인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
서합니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 공직후보자는 위와 같은 선서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의혹만을 남기고 끝난다. 공직후보자의 능력 검증은커녕 도덕성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파적 이해관계 벗어나야······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공격하는 식으로 지속돼왔다. 이
번 박근혜 정부 내각의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여방야공으로 이뤄졌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등 대부분의 공직후보자가 민주통합당의 반대를 받았다. 이에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최준영 교수는 "우리나라 정당은 후보자의 도덕적인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다음 선거에 이기기 위한 싸움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잃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제도가 잘 정립돼있다. 미국의 사전검증제도는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지명 단계에서 2~3개월 동안 이뤄지는데, FBI가 동원돼 주변사람들에 대한 심층인터뷰까지 진행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사청문회에 와서야 후보자의 도덕적 검증이 시작된다. 이에 최준영 교수는 "미국과 같이 임명과정의 첫 단계부터 사전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통령이 후보자가 갖고 있는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게 해, 대통령의 인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검증제도 역시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전에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 그 뒤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직위에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덕성 검증, 지나 쳤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사전검증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이로 인해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이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인사청문회의 내용은 언론을 타고 국민의 신경을 자극한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자의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동엽 선임간사는 "공직자윤리와 관련된 얘기를 사생활이라고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사생활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되묻고 싶다"며 "과거에는 공직자윤리에 대한 잣대가 낮았지만 시대는 변했다. 따라서 공직자윤리법에 부합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청렴한 공직자가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공직자윤리에 대한 잣대가 낮았을 때는 부정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이 우선시되면 인재 풀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있다. 이에 장동엽 선임간사는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상시로 인재의 도덕성 등을 검증한다면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준영 교수는 "과거에 비해 현재는 공직자윤리가 강화된 만큼 앞으로 공직자후보의 도덕성은 날로 좋아질 것이다"며 미래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제도적 문제 개선돼야
인사청문회법 6조 2항에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적혀있다. 20일이 지나면 인사청문회법 6조 3·4항에 따라 사실상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이 공직후보자를 최종 임명할 수 있다. 또한 장관직은 국회에서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통과되지 않더라도 임명될 수 있다. 이에 장동엽 선임간사는 "인사청문회를 하나마나니 인선이 정치적 합의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인사청문회 기간을 늘리고, 현재 청와대 민정 수석이 담당하고 있는 인사 검증을 독립적 기관에 맡기거나, 인사 검증을 강화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공직후보자가 증인 출석과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불응할 시,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증인만 위증제로 처벌할 수 있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해도 현행 규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공직후보자는 인사청문 위원이 요구한 증인을 모두 출석시키고, 증거는 모두 제출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