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호] 유명무실한 등록금 분할납부제

등록금 분납 횟수·기간 늘려야

2017-06-18     박민지 기자

등록금 분할납부제(이하 분할납부제)는 1997년 외환위기 발생 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대학 등록금 분할납부(이하 분납)를 확대·장려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러 대학에 도입했다. 분할납부제란 대학마다 정해놓은 기간과 횟수에 따라 등록금을 분납하는 제도이다. 등록금을 한 번에 납부할 때 생기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최근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199개 대학의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분할납부제를 시행 중인 학교는 188개 대학으로 전체의 94.5%나 되었다. 그러나 재학생 수 5000명 이상의 109개 대학 중 95곳에서 분할납부제를 이용한 학생이 2%에도 못미쳐, 분할납부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분할납부제의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제도를 시행중인 대학의 절반 이상이 분납 할 수 있는 횟수를 2~3회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할납부제를 실시하는 대학 중 2회 분납이 68곳(36.2%), 3회 분납이 64곳(34%)으로 2~3회 분납하는 곳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회 분납은 30곳(16%)이었고, 5회 이상 분납할 수 있는 대학은 9
곳에 불과했다. 이는 교과부에서 제정한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4조 1항의 “등록금은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월별로 징수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에 따라 63.9%에 이르는 120개교가 2~3개월로 분납 기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할납부제에 대한 대학 차원의 홍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분납신청은 대부분 고지서가 나오기 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학 측에서 따로 홍보하지 않으면 신청 기간을 놓치기 쉽다. 서울의 모 대학에 다니는 한 학생은 “등록금 분할납부제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알았더라면 분납 신청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보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분할납부제를 유명무실하게하는 원인을 더 찾아볼 수 있다. 신입생, 편입생, 재입학생은 입학 후 첫 학기에 분할납부제를 이용할 수 없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논평에 따르면 이는 ‘대학이 일시 납부된 등록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면 발생하는 이자 수입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학자금대출을 받는 학생은 분납으로 인해 대출금액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분납을 신청할 수 없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대학 입장에서 이 제도의 확대를 꺼려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고통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며, “대학 측에서 제도를 적극 홍보해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도 분납제도를 ‘교육과학기술부령’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법령에 직접 규정하고, 분납 대상과 분납 기간 그리고 가능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