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호] 추석

2017-06-18     이승민(초등교육12)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찾아왔다. 추석하면 큰 집에 시끌벅적하게 모인 가족들,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명절음식 준비하느라 바쁜 어른들, 송편 만드시는 할머니 등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다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더라도 추석만 되면 모여서 못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가족으로서 정을 나눈다. 이렇듯 나는 추석과 같은 대 명절은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을 모으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가족, 친지가 있다는 게 의미 있어 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점점 이런 명절이 그저 휴일로만 전락하고 있다.
   오랫동안 못 본 가족들을 보러 가기보다는 ‘이번엔 어디로 놀러갈까’ 또는 ‘긴 연휴동안 집에서 푹 쉬어야지’, ‘밀린 일, 공부나 해야지’하고 추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려되어왔던 것들이다. 사회나 도덕책을 펼쳐보면 점점 핵가족화가 되면서 생기는 문제들 중에 이런 문제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런 문제를 우려하는지 실감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명절만 되면 항상 떠들썩하고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명절만 되면 할머니가 계시는 우리 집으로 친척들이 모이는데 뭐 그렇게 많은 가족들이 모이지는 않는다. 우리 가족, 작은 아버지 가족, 작은 고모 가족 이렇게 세 가족이 모여 항상 명절을 보내곤 했다. 비록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 집에서의 명절은 시끄럽고 왁자지껄했었다. 추석 전날부터 작은 아버지가 오시고 같이 명절음식을 만들고 TV프로그램도 같이 보면서 떠들곤 했다. 그런데 이번 처음으로 추석 전날이 조용했었다. 추석 당일 날은 다른 추석 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추석 전날, 웬만한 추석날보다 시끄러운 그날 우리 집은 매우 조용했었다.
   그 이유는 작은 어머니만 오시고 작은 아버지, 친척 동생 두 명이 오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이제 애들이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중간고사 기간과 추석연휴가 겹쳐버린 것이다. 그래서 작은 어머니는 명절 음식만 준비하고 다음날 다시 오셨다. 물론 나도 중, 고등학교 때 시험기간만 되면 명절에도 독서실에 가곤했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서는 따로 말 할 것이 없다. 그런데 추석 연휴에 이상하게 조용한 우리 집을 느끼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이미 다른 가족들 중에는 추석 같은 긴 연휴 날 가족들과 큰집에 모이기보다는 제주도나 해외로 여행을 가는 가족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도 이런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나중에 내가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있을 때는 과연 어떻게 변해있을까. 나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집을 좋아한다. 가족이 많아서 왁자지껄하고 생기가 넘치는 것이 좋아서 우리 집으로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 했다. 그래서 내 아이들도 이렇게 왁자지껄한 집에서 자라나지는 않더라도 명절이나 특별한 날 만큼은 그런 집에서 가족 간의 정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지가 의문이다.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모님의 일이 바빠서, 아이들의 학업문제 때문에, 거리가 너무 멀어서, 휴일이 별로 없는 요즘 그런 날이라도 휴가를 떠나기 위해서 등 아주 많다. 물론 다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점점 핵가족화 되어 가고 자기 가족만 생각하게 되는 지금 같은 시대에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만나고 정을 나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내 주위에 어머니, 아버지, 형제 말고는 연락할 가족이 없을 때, 멀리 떨어진 가족을 만나도 반가움보다는 어색함이 앞설 때. 그런 감정들을 느낄 때 너무 외롭고 슬프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추석에 대한 책을 찾아보거나 그와 관련된 교과서를 보면 가족과 함께하는 내용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그렇지가 않다. 나중에 내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추석에 관한 내용을 가르칠 때, 교과서는 추석을 가족이 함께 모여서 송편도 만들고 놀이도 하고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그런 가족 대명절로 설명을 해 놓았지만 정작 우리 반 아이들의 생활은 그렇지가 않다면, 나는 과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며 추석을 그대로 가르쳐도 될 것인가 고민하고 굉장히 안타까워 할 것이다.
   다른 날은 아니더라도 추석과 같은 대 명절에는 그동안 연락만 하고 못 보았던 가족들을 만나고 정을 나누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