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호/사설] AI와의 조우, 대학이 해야 할 고민

2025-11-17     한국교원대신문

최근 대학생들이 시험에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을 사용한 부정행위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는 나름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발생해온 사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부정행위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부정행위에 AI가 사용되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도, 대학에서 AI의 활용은 교직원과 학생을 막론하고 다양한 업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직원들은 주로 행정업무나 강의, 연구에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학생들 또한 과제나 공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AI는 어느새 생활의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없으면 안 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종이나 휴대폰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 부정행위보다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더 문제시되는 것은 AI가 훨씬 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우리 대부분이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주로 지식을 물어보거나, 어려운 계산을 맡기거나, 분석 결과를 해석하거나, 글을 쓰거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정도일 것이다. 이를 거칠게 압축한다면, AI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우리 대신 생각해서 답을 내주는 도구이며, 종이나 휴대폰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이 알지 못한 지식을 베끼는 것을 넘어 생각까지 본인이 하지 않게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AI를 사용하면 학생이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AI가 대신 생각해 주니 학생은 깊이 사유할 기회도, 필요도 없게 된다. 그 결과 학생은 해당 전공 분야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문가로서 필요한 사고방식을 익히지 못 하게 된다. 학생이 과제나 시험을 AI로 해결한다면 문제해결능력은 어느 정도 배양될 수 있겠으나, 과제나 시험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전공 지식이나 그 전공에서 필요로 하는 사고방식을 익히지 못하게 될 것이다. AI는 전문가들이 쓴 글과 논문의 패턴을 학습했을 뿐, 그 학문의 본질을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또한 AI의 답변은 틀릴 수 있으며, 이를 판단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대학은 학생의 AI 활용 앞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AI가 생각을 대신해 준다는 점은 대학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대학은 전통적으로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교수와 학생이 함께 연구하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제 교수와 학생 사이에 AI가 위치하여, 학생은 교수로부터 지식을 전달받아 과제를 수행하고 시험을 보는 대신 AI를 이용하고, 교수는 학생 대신 AI와 대화하며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된 피해자는 학생이다. 학생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전문지식의 습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AI의 활용은 학생에게 단기적으로는 편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학생 본인의 능력이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더 나아가, 학생들은 대학에서 얻어야 할 직접 사고하는 경험,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 전문가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기회, 함께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 등을 놓치게 된다. 등록금을 내고 학위는 받았지만, 정작 대학이 줄 수 있는 본질적 가치는 경험하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대학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학생들의 AI 활용을 금지할 수 없다면, 적절한 규정을 만들어 양성화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미 해외 대학들은 AI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교수와 학생에게 교육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 학교도 용도별로 AI 활용의 허용 범위나 금지 행위에 대한 기준을 통하여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전문지식도 습득할 수 있다면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또한, 만일 학생들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학교에서 모든 학생을 위해 적절한 AI를 구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지식 전달이라는 책무를 대체당하고 있는 대학이 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고유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