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호/사회탑] 기대와 우려 속 78년 만에 폐지된 검찰청
지난 9월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검찰청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탄생해 77년간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사회 질서와 정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기능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있어 어떤 정권에서든 늘 논쟁의 중심이자 개혁의 대상이었다. 이번 512호 사회면에서는 검찰청 폐지에 대해 톺아보고자 한다.
◇ 수사는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 … “검찰의 권력 남용 문제 해결 기대”
지난 9월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석 의원 180인 중 ▲찬성 176인 ▲반대 1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해당 개정안은 10월 1일 공포되어 즉시 시행되었으나, 검찰청 폐지에 관한 부분은 공포 후 1년이 경과 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 규정에 따라 내년 10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게 정부 조직 체계를 재설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중 하나의 내용이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정부조직법」에는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었으나, 개정안에는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변경됐다. 또한 중대범죄 수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둔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로써 내년 10월부터 공소청은 중수청이나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기존 검찰청의 직접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될 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중수청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던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내란 및 외환 등 6대 중대범죄를 포함한 주요 사건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수사는 중수청과 경찰이, 기소와 재판 참여는 공소청이 담당하는 것으로 검찰의 권한을 기능에 따라 완전히 분리한 것이다. 서영교 국회의원은 이번 개정안 의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정권마다 공작하는 검사를 없애고 수사 잘하는 검사로 중수청을 구성하게 됨으로써 기존 검찰의 막강한 권력 남용 문제가 해결되고 범죄 수사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개정안을 소개했다.
◇ 국가 수사 역량 약화·경찰 권력 비대화·위헌 논란, 검찰청 폐지를 둘러싼 3대 쟁점
검찰청을 폐지하는 이번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가 수사 역량 약화 ▲경찰 권력 비대화 ▲위헌 논란 등 크게 3가지 쟁점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먼저, 가장 큰 쟁점은 국가의 전체적인 범죄 대응 능력에 대한 논쟁이다. 검찰청 폐지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중수청이 중대범죄 수사에만 역량을 집중하게 되므로, 오히려 수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각 기관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상호 견제할 때 수사의 공정성과 질이 함께 향상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과정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하면 복잡하고 지능적인 대형 부패·경제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수사 단계부터 공소 유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두 기관이 분리되면 유기적 협력이 어려워지고 결국 부실 수사로 이어져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다음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사라지면서 경찰 권력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핵심 쟁점 중 하나이다. 검찰청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폐지되고 수사 지휘권이 약화되면,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을 견제할 효과적인 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는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가졌기에 검사를 그만둬도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있어 상부로부터의 인사 등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라도 비교적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했지만, 경찰은 그렇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어 정치권의 부당한 수사 개입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검찰청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기소권을 가진 공소청이 행정안전부 소속의 경찰 및 중수청의 수사 결과에 대해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경찰에 대한 강력한 통제 장치로 작동하므로 그러한 우려는 기우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89조에서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하였는데, 검찰청을 폐지함으로써 헌법에 명시된 기관인 검찰총장을 없애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은 헌법상 필수 기관이기 때문에 상설기관으로서 검찰청을 설치하도록 되어있다면서 “검찰을 임의로 폐지할 수 없다는 게 헌법학계 통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청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헌법에는 검찰총장의 임명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검찰청 조직에 관한 규정은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과거 결정문에서 “입법자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 및 공소제기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어떠한 절차나 형식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검찰청 폐지에 대한 찬성, 반대를 떠나 이미 개정안은 공포되었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형사사법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남은 유예기간 동안 독주(獨走)와 방애(妨礙)가 아닌,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중수청과 공소청의 구체적인 ▲직무 범위 ▲인력 구성 ▲기관 간 협력 방안 등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