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호/섹션] 역사교육과 답사일지

나의 경상남도 문화유산 답사기

2025-10-12     황준호 기자

8월의 무더웠던 더위가 물러나기 시작하고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 우리 역사교육과는 경상남도로 답사를 떠났다. 23일의 일정, 울산 부산 창녕 창원 마산 진주 합천 등을 거치는 대여정이 924일 아침 6시 시작되었다.

1일 차, 답사의 시작

새벽 5, 조장에게 기상 메시지를 보내며 답사의 첫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교원문화관 앞에서 집결한 후 울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여 본격적인 여정을 나섰다. 첫 답사지인 울산 대곡리 암각화에서는 도착과 동시에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으나, 학생들은 우산을 들고 답사를 이어갔다. 빗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 암각화의 흔적은 선사시대의 생생한 숨결을 전했다.

점심은 울산 시내에서 제육 두루치기로 간단히 해결한 뒤, 신라시대 사찰인 통도사로 이동했다. 통도사는 원형이 잘 보존된 고건축물로, 다른 사찰과는 확연히 다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목재의 색감과 구조는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학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울산 통도사 (사진 / 황준호 기자)

오후에는 부산으로 이동해 임시수도 정부 청사와 근현대 역사관을 도보로 답사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와 무더운 날씨 탓에 이동 중 불편함도 있었지만, 해방 이후의 정치적 격동기를 담은 전시물들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산 임시수도 정부 청사 (사진 / 황준호 기자)

저녁은 조별로 나누어 부산의 대표 음식인 밀면을 맛보았다. 일반적으로 먹던 냉면과는 다른 맛의 육수와 면을 가지고 있어, 이번 답사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인상 깊었다. 밤에는 교수님과 함께 학년 모임이 이어졌으며, 공식 일정인 만큼 음주는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밀면 (사진 / 황준호 기자)


2일 차, 가야로의 출발

오전 650, 호텔 조식으로 둘째 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학생들은 버스에 올라 김해의 수로왕릉으로 향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첫 답사지인 수로왕릉은 가야의 건국 신화를 품은 유적지로,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이 이뤄졌다. 이어 방문한 대성동 고분군은 낮은 언덕 형태로 펼쳐져 있었으며, 언덕을 따라 올라가 본 풍경은 다소 단조로워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도 있었다. 또한, 오전 10시경부터 연속된 이동과 관람으로 피로가 누적되며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었다.

수로왕릉 (사진 / 황준호 기자)

다음 일정은 국립김해박물관이었다. 이곳을 시작으로 점심 전까지는 도보 답사가 이어졌다. 박물관에서 출발해 구지봉과 수로왕비릉을 둘러본 뒤 다시 박물관으로 복귀하는 여정이었다.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는 가운데, 학생들은 우산을 들고 김해의 역사적 흔적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이날의 점심은 따뜻한 불고기 전골로 속을 달랬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탓에 정말 지쳐 있었는데, 전골로 속을 달래고 나니 다시금 기운이 나는 듯했다.

오후에는 버스로 창원으로 이동해 3·15 민주묘지를 약 50분간 관람하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발자취를 되새겼다. 이후 진주로 향해 진주성과 국립진주박물관을 답사했다. 웅장한 성곽과 전시물은 조선시대와 임진왜란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진주성 (사진 / 황준호 기자)

저녁은 진주의 대표 음식인 진주냉면으로 마무리됐다. 진주냉면을 평소에도 즐겨 먹어 진주 본토의 진주냉면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그 맛에 있어 아쉬움도 있었지만,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자리였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는 동기들과 숙소에서 자유롭게 어울리며 음주와 담소를 나눴고, 새벽 2시경에야 취침에 들었다.

진주냉면 (사진 / 황준호 기자)

 

3일 차, 답사의 끝

2025년 역사교육과 추계정기답사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날은 비교적 짧은 일정이었지만, 고령과 합천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문화유산 답사가 이어졌다.

첫 답사지인 고령 장기리 암각화는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으로, 조각된 문양 하나하나가 고대인의 흔적을 생생히 전했다. 이어 방문한 지산동 고분군은 가파른 산자락에 위치해 있어 이동 자체가 등산에 가까웠다. 특히, 이번 답사 중 가장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던 일정이었지만, 맑게 갠 하늘과 탁 트인 풍경 덕분에 학생들은 잠시나마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점심은 합천으로 이동해 산채비빔밥으로 간단히 해결한 뒤,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해인사를 찾았다. 해인사는 고려시대의 불교문화와 목판 인쇄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찰로,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문화유산의 깊이를 되새겼다.

지산동 고분군 (사진 / 황준호 기자)
해인사 장경판전 (사진 / 황준호 기자)

모든 답사 일정을 마친 일행은 학교로 복귀해 오후 630분경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해산함으로써, 23일간 이어진 2025 역사교육과 추계정기답사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