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호/교수의 서재] ‘의미 찾기’를 통해 평범한 우리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

2025-09-22     정준우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듯한 기분, 끝없는 실패의 늪에 빠진 듯한 감정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의 시간조차도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죽음의 그림자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심리학,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정립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의미가 바로 삶을 지탱한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번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컴퓨터교육과 김승연 교수와 함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교훈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승연 교수 (사진 / 김승연 교수 제공)

 

Q1.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저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부제: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프랭클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무너지고, 또 어떻게 의미를 찾아 일어서는지를담담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그는 심리학의 한 분류인 로고테라피를 정립합니다. 핵심은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의미가 바로 삶을 지탱한다라는 통찰입니다. 수용소의 비인간적 현실을 의미 탐색의 시선으로 직면하며, 희망이 공허한 위로가 아니라 실존적 책임에서 비롯된 선택임을 증명하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사진 / 교보문고 제공)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저는 이 책을 대학원 시절에 읽게 되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늘 하루를 차 한 잔의 여유로 시작하라라고 하셔서, 우리는 매일 아침 짧게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엔 교수님의 근황 제 연구 요즘 읽는 책 삶에 대한 생각까지 두루 이야기했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차만 마시기도 했습니다.

며칠째 논문의 핵심이 되는 연구 내용에 막혀 지쳐있던 날, 교수님이 책 한 권을 건네주셨습니다. “머리를 식혀야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라는 말씀과 함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추천하신 거죠. 제 고민을 풀 힌트를 주려는 뜻이었는지, 잠시 쉬어가라는 배려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저는 그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Q3. 그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힘든 상황은 누구나 마주합니다. 제게는 연구가 그랬습니다. 어떤 날은 금방 결과가 나오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도 성과가 없는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고, “왜 내가 이 자리에 있지?”, “이 방법이 맞나?”와 같은 질문만 반복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난 뒤, 저는 시선을 바꿨습니다. 어려움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 경험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먼저 묻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결과를 위한 고된 시간은 비정상이 아니라 연구의 일상임을 받아들이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해법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교수로서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가 더 많아졌지만, “힘든 건 당연하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그 생각이 조급함을 낮추고, 작은 진전도 의미 있게 보게 해줍니다. 결국 이 책은 제 연구를 문제 해결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다시 보게 만든 책입니다.

 

Q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 책은 제게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남겼습니다. 첫 번째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연구는 가능하다는 태도입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매 순간을 그냥 견디지 않았습니다. 의사이자 연구자의 시선으로 자신과 동료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기록하며, 거기서 배운 것을 나중에 하나의 이론(로고테라피)으로 정리했습니다. “이곳도 연구의 자리다라는 그의 마음가짐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의미를 붙잡으면 인간은 사유하고 정리하고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어려움은 언젠가 지나가고, 때로는 일상이 될 수 있다라는 감각입니다. 책에는 극한을 오래 겪다 보니 처음의 충격이 무뎌지고, 어떤 일들은 점점 의례적인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나옵니다. 프랭클은 그 변화를 솔직히 기록하면서도, 바로 그 익숙해짐을 의미 찾기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왜 이 경험이 내게 왔는가?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고 묻는 태도가 고통을 다룰 수 있는 일로 바꾸어 주죠. 이 책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두 가지 의미를 선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하나, 어떤 자리에서든 연구하고 배울 수 있다는 용기. , 어려움이 당연히 있는 과정이라는 인식. 그 두 가지를 붙잡으면, 지금 처한 자리에서도 의미를 찾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막혀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습니다. 프랭클은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끝내 하나의 이론으로 엮어냈죠. 그 태도는 지금, 여기의 자리도 얼마든지 탐구의 자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과가 더디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조차 연구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증명합니다. 또 한편으로 이 책은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라는 마음을 조용히 바꿔 줍니다.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때로는 일상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무엇을 붙잡느냐죠. 프랭클은 고통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의미를 묻습니다. “이 경험이 내게 왜 왔을까? 여기서 뭘 배울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조급함을 낮추고 버틸 힘을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평범한 우리도 평범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당장 정답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호흡을 고르게 하고, 궁금해하고, 기록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지금 내 자리에서 찾은 작은 의미가 쌓이면, 언젠가 그것이 나만의 방법이 되고, 나만의 이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됩니다.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임용 준비가 힘든 건 당연해요. 누구나 한 번쯤 나 할 수 있을까?”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럴 때 마음을 이렇게 잡아보세요. “지금 이 자리도 배움의 자리다”. 오늘이 힘들어도, 내가 한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 힘이 됩니다. 어려움은 과정의 일부예요. 당장 결과가 안 보여도, 헛수고가 아닙니다.

공부가 막히면 작게 시작하세요. 작은 성취부터 해보세요. 예를 들면 50분 공부하고 10분 쉬기 문제 한 세트만 풀기 오늘 외울 문장 네 개만 외우기. 완벽한 하루보다 지킨 하루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친구 선배 교수님과 나누세요. 도움을 청하는 건 약함이 아니라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