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호/교육탑] 정책 혼선 속, AI 디지털교과서 법적 지위 ‘교육자료’로 변경
지난 8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일선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되고, 다양한 반응이 오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이번호 교육면에서는 AIDT를 둘러싼 논쟁이 시사하는 바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AIDT의 법적 지위 격하, 계약 구조와 예산 문제 등 여러 혼란 발생
지난 8월 4일, 국회가 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AIDT는 전 정부가 미래 교육의 핵심 도구로 제시했던 대표 정책으로 올해부터 교육 현장에 도입되었으나, 교육 현장의 반발 및 법적 지위 논쟁이 계속되었다. 이에 정권 교체 후 국회에서 AIDT의 법적 지위를 격하하는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AIDT는 현장에 도입된 지 한 학기 만에 좌초되었다. 교원 3단체(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이에 관해 일제히 환영의 견해를 밝혔으며, 특히 교사노동조합연맹은 “AIDT가 정식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한정된 것에 대해 다행스러운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는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AIDT 활용을 원하는 학교에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기존의 계약 구조와 예산 체계가 송두리째 바뀌어 2학기부터 당장 활용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학기까지는 AIDT 구독료를 교육청이 대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법적 지위 변경으로 지원 근거가 사라지면서 2학기부터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충당해야 한다. 또한 ‘교과서’일 때는 국가가 계약 주체였지만, 이제는 각급 학교가 발행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한다. 박상윤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은 “교육부에서 아무리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학교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채택률은 1학기보다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 시도교육청마다 다른 지원 여부 …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 등 존재해
교육부가 예산과 기술 지원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교육 현장 혼란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 교육청은 AI 교과서 정책을 지속한다는 태도지만, 서울 등 대다수 지역 교육청은 수요 조사조차 미흡해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전국 교육청은 교육감 성향에 따라 AIDT 구독료 지원 여부가 확연히 갈린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이끄는 부산·전남교육청은 2학기 AIDT 구독료를 아예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보수 교육감이 이끄는 대구·강원·경기교육청은 이번 학기에 원하는 학교 모두에 AIDT 구독료를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교육감 성향에 따라 AIDT 구독료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학생 교육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랑구 한 초등학교 교사는 “AIDT를 계속 쓰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디지털 활용 능력이 크게 차이 날 것”이라며 교육 격차의 우려를 전했다.
또한 이는 정부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8월 18일 정부세종청사 정례브리핑에서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기본 원칙은 사용하고자 하는 학교에 계속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지난 8월 14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당시 후보자) 또한 “학교에서 교육자료로 쓰겠다면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 측의 주장과 각 시도교육청의 행보가 서로 엇갈린다는 것이다.
◇ AIDT 논쟁 계속되는 이유, ‘정책 신뢰도 부족’ … “현장의 목소리 반영하는 것 중요”
이처럼 AIDT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정책 신뢰도 부족’ 때문이라고 교육업계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비슷한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추진한 일본의 경우 올해 일부 초등학교에서 ‘스마트 교과’ 사업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일본 역시 초반에는 교사들의 반발이 컸지만, 국가 차원의 교사 연수 지원과 평가 시스템 차별화로 점차 수용률이 올라가고 있다.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일괄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학군별 선택에 맡기면서 현장 교사의 반발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국 교육계에서 제기되는 ‘정부 주도의 일괄 시행’에 대한 불신은 더 두드러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DT 체험형 연수 확대와 교사 자율권 보장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지역별·학교별 맞춤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며, 학생 학습데이터 활용에 따른 윤리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논쟁의 해법은 기술 효용성만이 아니라 현장 교사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얼마나 정책에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AIDT의 지위 변경과 예산 불확실성은 학교 현장에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교육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이제는 AIDT 도입의 찬성, 반대에 대한 논의를 뛰어넘어, 어떻게 AIDT를 활용하여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