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호/독자의 시선] 꼬꼬마 소방관

정원진(국어교육·23) 학우

2025-09-07     한국교원대신문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망각할 때쯤 되물어 본다

 

아주 어렸을 적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사람을 구하려 불로 뛰어드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그런 소방관 아저씨가 멋있어 보였다

 

몸도 머리도 다 큰

지금에 와서야 나는

사람을 구하려 그 불행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이따금씩 누군가의 아지트에 불행이 올 때면

꼭 안아주어 그 불을 꺼주고 싶지만

쉽사리 꺼지지는 않을 것을 안다

 

그렇다고

나에게도 붙어버릴 불행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 그 불에서 너를 꺼내어주는 일

하나, 반드시 너를 두고 가지 않겠다

다짐하고 다짐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너의 불행이 일으킨 불빛이

다시

온 세상을 밝힐 빛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런 너는 소중한 존재임을

나는 알고 있어

너의 곁으로 왔다는 걸

 

이제는 어른이 된

꼬꼬마 소방관이 남긴 메시지를

망각할 때쯤

나는 그 무엇이 되지도 못한 채

어딘가 또 활활 타오르는 불행을 바라보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