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호/사무사] 아보하, 평범함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요즘 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자주 느끼는데, 특히 ▲학교와 과제 ▲사람들과의 약속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부족할 때가 많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경험 없이도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최근 나는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소개된 ‘아보하’라는 트렌드를 접하면서, 문득 평범한 하루가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보하란 말 그대로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과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를 뜻한다. 눈에 띄는 사건이나 특별한 성취가 없어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가치를 느끼고 안정과 만족을 얻는 것. 처음에는 단순히 하루를 견디는 마음가짐 정도로 생각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신적 안식과 자기 성찰의 도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슷한 개념으로 흔히 언급되는 것이 ‘소확행’이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며, 커다란 성취보다는 소소한 즐거움과 만족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이다. 겉으로 보면 아보하와 소확행은 유사해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소확행이 순간적인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보하는 하루 전체, 즉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소확행은 특정 순간의 행복을 경험하는 데 그치지만, 아보하는 보통의 하루 자체를 살아가는 방식과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하루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며 삶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보하의 핵심이다.
실제로 최근 며칠 동안, 스스로 나의 하루를 관찰해 보았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길가의 나무 ▲카페 속 익숙하지 않은 음악 ▲동기와 나눈 짧은 농담 한마디.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하루를 견디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되는 것을 느꼈다. 소확행이라면 이때 커피 한 잔, 간단한 간식 같은 구체적 즐거움에 집중하겠지만, 아보하는 이러한 순간들의 연결과 흐름을 인식하고, 하루 전체가 가진 의미를 보는 태도를 포함한다.
나아가, 아보하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의미도 갖는다. 일상의 작은 행복과 감사함을 의식적으로 발견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유와 이해를 보여주게 된다. 서로에게 관대해지고, 작은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은 곧 공동체의 건강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확행은 순간의 기쁨에서 그치지만, 아보하는 일상의 총체적 가치와 사회적 관계까지 확장되는 감각을 제공한다.
결국 아보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기 쉬운 일상의 가치와 정신적 여유를 회복하게 한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 평범한 순간 속에서도 의미와 감사를 발견하는 태도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 자신과 주변을 건강하게 지키는 길이 된다. 이처럼 아보하는 하루 전체를 살아가는 방식과 마음가짐을 포함하며, 지속 가능하고 자기 주도적인 행복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루하루를 거창하게 만들 필요 없이 아보하, 그저 ‘아무튼,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임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