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호/교육] 의대생 집단 유급 현실화 … 전체 재학생의 43%

2025-05-25     정준우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과대학 학생들(이하 의대생)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대규모 유급과 제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8천 명이 넘는 학생이 유급 대상자로 분류됐으며, 이는 전체 재학생의 40%를 넘는 수치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의료 인력 공백 문제를 넘어 의학교육 시스템 전반의 혼란과 대학 입시 지형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에 따른 영향과 이에 대한 정부 및 의료계의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의과대학 재학생 절반 가까이 '유급'의학교육 현장 대혼란 불가피

지난 57, 전국 40개 의과대학은 교육부에 수업 불참에 따른 의대생 유급 대상자 8,305명과 제적 대상자 46명을 확정·통보했다. 이는 전체 의대생 19,475명 중 유급 예정 인원이 42.6%, 제적 예정 인원은 0.2%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별 학칙에 따른 소명 절차 등을 거쳐 원칙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 경우, 의학교육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도 1학년 강의실에는 24학번 25학번 26학번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의과대학 대규모 유급 상황으로 2026학번 신입생을 포함한 내년도 의대 예과생 1학년 규모는 6,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유급이 확정된 예과 1학년생 1,626내년도 의대 신입생 3,058올해 수강 신청을 한 과목만 한 학생 성적 경고 대상 등을 합하면 내년 1학년 재학생은 6,000명 이상이다.

현장에서는 본과 3·4학년 때 진행되는 임상 실습 교육 파행을 우려하고 있다. 매년 전국 40개 의대의 임상 실습 정원은 2,500명 안팎인데, 1학기 본과 3·4학년에서 이미 유급 인원이 2,898명 발생했다. 정상적으로 내년에 본과 3·4학년이 되는 올해 본과 2·3학년 재학생 1,700여 명에 군 전역 본과생까지 합치면 임상 실습 대상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집단 유급 사태는 의대 편입학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급이나 자퇴 등으로 결원이 대거 발생하면서, 기존 40~50명대에 머물던 의대 편입학 규모가 수백 명 이상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엄정 대응 속 학생 복귀 지원" vs 의대생 단체 교육부 차관 공수처에 고발

교육부는 대학별 유급·제적이 확정됨에 따라 학업에 복귀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복귀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의 엄정한 대응을 통해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의학교육위원회(가칭)’를 구성·운영해 학생들을 포함한 의학교육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하루빨리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력하고,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유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교육부는 "대학별 교육여건을 고려해 교육이 가능한 수준에서 신입생이 우선 교육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것 외에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전국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협은 59교육부가 불법적으로 대학을 협박해 학생들을 유급·제적하도록 했다라며 교육부 차관과 의대교육지원관을 강요 및 업무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의대교수협의회 역시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유급 및 제적은 학칙에 따라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현재의 파국을 초래했다면서 "의대생 유급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으며, 진정성 있는 대화와 정책 철회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와 의사 단체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극단적 대립을 멈추고, “의학교육 시스템 붕괴 막을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의료 공백을 넘어 대한민국 의학교육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전문가 집단과 정부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극단적인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그 피해는 사회 전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의료와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지탱하는 핵심 기둥인 만큼, 눈앞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대승적 차원의 해법 모색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정책 갈등을 넘어 사회적 자본의 심각한 손실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합리적인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및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대생 집단 유급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더 이상 소모적인 힘겨루기는 의미가 없다.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에 두고, 대한민국 의료와 의학교육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모든 관련 주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