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호] 2017학년도 상반기 학생총회 무산

50여 명으로 시작된 총회, 무산 시까지도 참석인원 150여 명에 그쳐

2017-05-15     하주현 기자
▲ 학생총회 무산을 선언한 뒤 장내를 나가는 학우들을 바라보는 비대위원장

지난달 26일 저녁 7시 교원문화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주최한 2017학년도 상반기 학생총회가 무산됐다. 상반기 학생총회는 개강 후 1개월 이내에 열리는 게 보통이나 총학생회가 부재하고 비대위 체제가 갖춰지기까지 시간이 걸려 늦어졌다. 이번 학생총회에서는 ▲비대위 임시집행국 체계 ▲2016학년도 하반기 감사 결과 ▲2016학년도 하반기 학생회비 사용내역 ▲2017 상반기 비대위 및 자치기구 사업계획안에 대한 보고 및 승인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회 정족수인 609명의 4/1 가량인 150여 명이 참석했고 이재경 비대위원장은 8시 30분 경 정족수 부족으로 학생총회가 무산됐음을 선언했다.

◇ 45명으로 시작한 학생총회와 1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
예정된 개회시간이었던 7시, 교원문화관엔 45명의 학생이 자리했다. 5분 간격으로 참석 인원이 재확인됐으나 10명 안팎으로 증가했고, 30분이 지난 7시 30분에서야 105명으로 인원이 들었다. 7시 30분엔 비대위원장의 주재로 간담회가 시작돼 서기단을 선출하고 각 안건이 논의됐다. 비대위에서 계획한 상반기 사업은 ▲총회의 경우 졸업앨범 사업 ▲사무국의 경우 회의 안건 및 회의록 공시와 기록물 관리 ▲기획국의 경우 대동제 및 해오름식과 규찰대, 학잠사업 ▲홍보국의 경우 홍보물 제작과 SNS 운영으로 작년과 거의 동일하다.
이어 교지편집위원회와 학생복지위원회의 상반기 사업계획안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으며 그에 따르면 두 단위에서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학생대표의 공석으로 학생총회 개최가 늦어짐에 따라 본예산이 승인되지 못해 업무 담당자의 사비로 사업이 진행된 ‘사전지출’ 항목이 있었다. ▲학생복지위원회의 커피나눔 사업과 홍보물 인쇄비 ▲비상대책위원회 모집 공고문 인쇄비 ▲학잠업무비 ▲박성민 사무국장 사퇴촉구위원회의 피켓 제작비, 촛불집회 물품 구매비, 현수막 및 문건 인쇄비가 그것으로 사전지출항목을 포함해 학생총회에서 승인받지 못한 모든 안건들은 다음날 열린 전학대회에서 승인 절차를 밟았다.

◇ 저조한 참여율, 홍보 부족을 문제로 꼽아
이날 간담회에서는 저조한 참여율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정은주(역사교육·15) 학우는 “학총 없이도 안건을 인준 받을 수 있게 하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학교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참여하시는 분이나 진행하시는 분이나 고생스러우니 학생총회를 거치지 않고 전학대회로 안건의 인준을 바로 넘길 수 있도록 학생회칙을 개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놨다. 이재경 비대위장은 “개인적으로 학교 규모가 작은 만큼 모든 학생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학우들의 의견을 들을 수조차 없다면 학생회의 존재 이유가 있나 싶다. 학생총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예산안과 사업계획안에 대해 질문해주시며 활발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성경(물리교육·15) 학우는 “학총이 열린다는 걸 당일에 안 친구도 있고 문자가 당일에오기도 하는 등 평소보다 홍보가 덜 된 것 같다”며 홍보가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박주혜(물리교육·15) 학우는 “가장 홍보효과가 높은 건 자보가 아닐까 싶다. 다음에 학총을 개최하신다면 자보를 여유 있게 인쇄하셔서 각 강의동, 정문, 기숙사에 붙인다면 학우들의 눈에 익어 더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이에 이재경 비대위원장은 “이번 학생총회에도 시간적인 여유를 1주일가량 두고 기숙사 각 관과 인문관 뒤 게시판에 게시했다. 앞으론 더 여러 장의 자보를 시간적 여유를 두고 게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학생총회가 무산된 뒤 자리를 떠나려 준비하던 불어교육과 부학회장인 박민지(불어교육·16) 학우는 “학우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말할 수 있는 자리엔 오지 않고 비비에서만 떠드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학우들이 참여가 많았으면 좋겠고 나서서 얘기할 수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전했다. 기술교육과 학회장인 서정기(기술교육·15) 학우 역시 “학생들의 무관심이 너무 길어지면 의견 수합이 안 되니까 운영하기가 힘들 것 같다. 또 나중에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이 자리에 나오는 건데 다들 안 오니 걱정이 된다”며 저조한 참여율에 우려를 표했다.

◇ ‘서비스 업체화’ 된 학생자치기구
학생대표 기구가 부재하거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모습은 대학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세대는 올해 56년 만에 총학이 세워지지 않았으며 서강대는 지난달 재선거를 했지만 후보자가 한 명도 없었다. 숙명여대는 총학 후보자의 추천인 서명수가 모자라는 등의 이유로 2년째 총학을 꾸리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외대와 서울여대도 후보자를 내지 못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스펙 쌓기’에 집중하려는 학생들의 태도가 주원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한편 총학이 서더라도 그 역할이 과거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과거 4.19혁명이나 광주민중항쟁, 87년의 민주화항쟁 등 굵직한 사회변화가 있던 시기, 대학은 사회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90년대를 지나고 2000년대로 넘어오며 대학의 ‘운동권 문화’ 역시 약해졌다. 자신을 2003년 대학에 입학해 2008년 졸업한 청년이라고 소개한 익명의 필자는 2010년, ‘레디앙’ 지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의 대학생활을 서술했다. 글에서 그는 “등록금 인하, 매점과 식당 개선, 강의평가제 개선과 같은 것이 몇 해 전부터 ‘시험기간 간식 배포’ 같은 걸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대학의 의제가 대학과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서 학생들의 복지로 이동했음을 설명했다. 학생기구가 ‘서비스 업체화’ 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학교 역시 매년 고정적으로 진행되는 학생사업으로는 학잠사업과 간식사업, 농촌연대활동과 실습버스, 새내기미리배움터와 축제 등 학생의 복지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공약을 제시한 뒤 당선된 총학 체제였다면 색다른 사업과 활동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겠으나 명칭에서처럼 ‘비상’인 상황에서 구성된 비대위로서는 당장 고정 사업만을 진행하는 것만도 벅차 청년이나 사회적 의제를 형성하고 목소리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 활발히 목소리 내는 학생 단체들
반면 활발히 목소리를 내는 학생 단체들도 존재한다. 지난 3월,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 전국 12개 대학 총학생회와 교육대학연합체는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이들은 “대학 등록금과 청년 일자리 등이 조기대선 국면에서 의제로 활발히 논의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해결 촉구에 나설 계획”으로 연합했다. 이어 이 단체는 대선후보들을 초청해 대학생의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듣는 ‘19대 대선후보 대학생 면접’을 기획했고 비록 무산됐으나 대학생 3천 여 명에게 희망 질문을 조사해 대학생의 목소리를 결집해내기도 했다. 작년 국정역사교과서와 국정농단 사건이 있을 때에도 각 대학이 연합해 반대 성명을 내고 집회를 진행한 바 있으며 12월 24일 한·일 위안부합의에 반대하며 만들어진 희망나비, 청년나비,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나비네트워크의 활동 역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학교 초등교육과의 경우도 비슷한 예다. 전국 10개 교대와 3개의 초등교육과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매년 ‘정세교양’ 자료를 만들어 교대련 소속 학우들에게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매년 4월 ‘상경집회’를 통해 그 해에 다루고자 하는 의제들을 요구해오고 있다. 올해 진행된 정세교양에서는 ▲국정화교과서 ▲교사 1인당 학생수 ▲소규모학교 통폐합 등의 문제가 소개됐다. 초등교육과 학생회장 임영빈(음악심화·15) 학우는 “동일집단이 교류하며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은 정부와 사회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합리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의미를 가져 필요한 행동이라 본다”며 생각을 전했다.
경상대 장상환(경제학) 교수와 정진상(사회학) 교수가 집필한 <한국의 사회운동>에서 그들은 “썰물 후에는 언젠가 밀물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말뚝은 밀물일 때가 아니라 썰물일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어떤 혁명가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자본주의적 모순이 심화되며 민중의 저항운동이 새로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학 운동에 대해서는 “사회변화로 인해 90년대 이후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운동은 그 힘을 잃고 있다”며 “각 대학마다 특정 문제를 다루고 있는 대학 내 단체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뤄 운동을 해나가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