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호/사설] 디지털·AI 시대, 교사와 학교의 역할을 고민해 본다

2025-04-27     한국교원대신문

디지털 전환이라는 단어는 코로나-19 이후부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가 되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도입하게 되었던 원격교육 시스템과 비대면 서비스 활용이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의무적 활용이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면, 디지털 전환이라는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의 전반과 학교 교육 상황에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을 대표하는 AI 디지컬교과서, 시도별 인공지능(AI) 맞춤형 교수학습플랫폼 구축과 도입, AI 기반 평가체제 도입, 디지털 교육 규범의 도입 등의 정책들은 향후 학교 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플랫폼 기술들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학계와 현장은 플랫폼 기술의 도입 이후 학교 교육의 변화를 속도와 폭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술 도입이 불러올 학교 현장의 변화를 교사와 학교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디지털 전환으로 촉발된 학교 교육의 변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도입되는 플랫폼들은 해당 시스템 속에 다양한 대안적 도구를 포함한 패키지 형태를 보이며, 학교 교육의 중심에 직접적으로 도입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과는 차별화된다. 과거의 교육 공학 매체 도입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최근의 AI 기반 시스템의 도입은 과거의 것들에 비해 비교우위의 기능을 가진 성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도입되었을 때 시작된 방송통신 기반 원격 교육은 전통적 학교 교육의 보완적 방법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PC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착된 이러닝과 원격 교육은 상호작용을 강화한 대안적 교육 방법으로 플립 러닝, 웹 기반 프로젝트 학습, 웹 기반 토론 등을 탄생시키며 교수·학습 방법의 발전을 다변화하였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을 학교 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기술 자체가 학교 교육 체제와 별도로 존재하는 기술이었고, 그 다양성이나 복잡성 측면에서 기존의 학교 교육의 우수성을 추월하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다. 특히, 원격교육을 전문화한 원격대학이나 원격교육기관이 아니라면 이러한 기술의 교육적 활용은 기술 도입으로 생성된 디지털 데이터를 전통적 데이터와 통합하는 별도의 노력, 즉 교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면서 그 가치가 퇴색되기도 한다.

반면, AI 기반 플랫폼으로 구축된 최근의 디지털 전환 기술은 학교 교육의 현장 한복판에서 활용되고 있다. AI 기반 맞춤형 교수·학습 플랫폼과 AI 디지털 교과서는 교수·학습 과정과 교실 수업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활용되면서 학교 교육의 과정에 통합된다. 교사들은 수업을 설계하고 운영하며, 평가하는 전 과정이 이러한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며, 플랫폼의 학습 분석 기능은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 활동을 기록하여 각종 평가 활동의 근거 자료를 생성하고, 평가에 즉각적으로 반영해 준다. 또한, 학교 행정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디지털 자료를 주고받으며 시스템 통합을 이룬다면, 이제 학교는 교수 학습-평가-진로 지도-행정이 모두 통합되는 디지털 학교 체계속에서 운영되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과정은 교육 현장에서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적 과제이며, 속도가 빠른 우리 한국의 정서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별 교사와 학교 구성원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학교 교육 상황에서 AI 기반 플랫폼의 활용이 일반화될 경우 각 교사는 수업 중 AI 기술을 어떻게, 얼마나 활용하고 허용할 것인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개별 교사들의 고민은 소위 AI 기술 활용에 대한 교사 주도성을 강조하자는 취지인데, 수업 중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종이 교과서를 사용할지 또는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지 정도의 단순한 고민을 넘어선다. 학교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상황에서 이미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다양한 AI 기술을 접하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애용하던 구글 검색에서는 언제부터인가 검색 결과 상단에 AI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거짓 정보가 거의 사라졌으며, 그 양과 깊이가 매우 깊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각종 사교육과 인강(인터넷 강의) 업체들도 그들의 서비스에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AI와 함께하는 학습 과정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업을 운영하는 교사는 학교 내에서 활용해야 할 디지털 기술의 도입 여부와 활용 방식을 고민함과 동시에, 학교 밖에서 교실 수업에 영향을 주는 AI 기술 환경도 함께 고려하여 수업 운영의 철학과 방식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활용하게 되는 다양한 수업 지원 기능을 통해 변화하게 될 교사의 교육 서비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개선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 도입이 시작된 AI 디지털 교과서에는 각 개발사가 특징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수업 설계와 평가 기능이 존재한다. 개발 초기 이러한 기능이 조악하다고 비판받았지만, 불과 수개월 만에 그 기능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도 하였다. 특히, 수업 설계 기능, 학생의 사전 진단과 학습 평가, 피드백 기능은 그간 학교 현장 교사들이 공들여 수행해 왔던 지도 활동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기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플랫폼의 기능과 인터페이스에 우리의 교수 학습 관행을 맞춰가게 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물론 플랫폼이라는 공학적 도구는 적어도 그간 쉽게 제공될 수 없었던 맞춤형 교육을 부족한 형태로라도 일부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러한 기능이 고도화되면 오히려 맞춤형 교육의 형태가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과 방식에 한정되어, 개별 교사들이 자신의 교육적 철학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교육의 실행 가능성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교육과 평가를 자동화할 경우, 교사는 디지털 도구를 통해 얻게 된 여력을 구체적으로 어떠한 교육적 개선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도입은 분명 학급 운영과 수업 설계, 평가 운영의 수월성 측면에서 교원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간 교육자로서 권위의 상징이었던 수업 설계와 운영, 평가를 디지털 기술로 실행하거나 도움을 받을 경우, 우리는 교원의 역할에 대한 즉각적인 변화를 탐색해야 한다. 또한, 천문학적 예산을 들이며 도입하였으나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디지털 기술에 학생 교육과 지도를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수업 설계와 평가의 전문성을 고도화하기 위한 디지털 데이터의 활용 방식을 고민해야 하며, 디지털 도구가 제공하지 못하는 학생-교사-학부모 간의 소통의 기회는 확대해야 하고, 교과 교육의 학생 데이터를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진로 지도를 위한 생애 주기별 지도 체계로 연계할 수 있는 학교 교육 운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