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호/기획] 다가서다⑫ - 짙은 어둠 속 스며드는 빛, ‘가족돌봄청년’에게 다가서다
청소년기나 청년기와 같은 생애 초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자신이 아닌, 자기 가족을 돌보기 위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은 바로 ‘가족돌봄청년’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돌봄 정책은 발전하였지만,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돌봄 책임은 가족에게 우선 부여되고 있다. 이는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가족을 돌보는 청년과 청소년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번호 ‘다가서다’에서 한국교원대신문은 ‘가족돌봄청년’에게 한 걸음 다가가 보았다.
◇ 가족돌봄청년 주당 21.6시간 평균 돌봄, 희망 돌봄시간과 약 7시간 차이 나
가족돌봄청년이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 및 장애인등급자, 정신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원과 함께 거주하면서 돌봄을 전담으로 책임지고 있는 만 13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소년과 청년을 ‘가족돌봄청년’으로 명명하였다. 또한, 2022년 4월부터 5월까지 약 2개월간 총 43,832명을 대상으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해당 실태조사에는 ▲가족돌봄청년 돌봄 현황 ▲삶의 질 ▲복지 욕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비교적 높게 상정되었다. 그들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이며, 주당 15시간 이상 돌봄을 부담하는 비율 역시 38.5%로 확인되었다. 가족돌봄청년 본인이 자발적으로 가족을 돌보기를 희망하는 시간인 ‘희망 돌봄시간’이 14.3시간인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약 7.3시간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족돌봄청년의 평균 돌봄기간은 46.1개월로 나타났으며, 절반 이상이 24개월 이상 돌봄을 제공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외에도 돌봄 대상과 돌봄 대상자의 건강상태는 아래 표(단위: %, 복수 응답 가능)와 같음을 알 수 있다.
돌봄 대상 가족은 ▲할머니 ▲형제·자매 ▲어머니 순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돌봄 대상자의 건강상태는 ▲중증질환 ▲장애인 ▲정신질환 순으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돌봄활동으로 ▲가사 ▲함께 시간 보내기 ▲병원 동행 ▲약 챙기기 등이 수행되고 있음을 실태조사를 통해 밝혔다.
◇ ‘가사활동에 부담’, ‘삶의 불만족’ … 가족돌봄청년이 겪는 어려움
청년(靑年)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정에 도달해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가족돌봄청년들은 본인의 희망 돌봄시간보다 주당 더 많은 시간을 돌봄에 할애하고 있다. 자신의 학업이나 진로, 미래를 계획하는 시기에 돌봄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실태조사 결과 가사활동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족돌봄청년의 비율은 약 34.4%로 일반청년(8.5%)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었다.
가족돌봄청년의 삶의 질과 관련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가족돌봄청년은 일반 청년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고 ▲우울감이 높으며 ▲미래 계획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의 경우, 가족돌봄청년이 삶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22.2%로 일반청년(10.0%)의 2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우울감 유병률은 약 61.5%로 이는 일반청년(8.5%)의 7배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미래계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36.7%이다. 실태조사에서 익명의 가족돌봄청년은 “가족돌봄이라는 것 없이 사는 사람들이 너무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또래를 만날 때 그 괴리가 너무 컸다”라며, “나는 나 자신도 신경 써야 하는데, 누군가 한 사람을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것이 제일 힘들었다”라고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가족돌봄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복지서비스는 무엇일까?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생계 지원 ▲의료 지원 ▲휴식 지원 ▲심리 지원 등 다양한 복지 욕구를 가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해 다방면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단순 경제적인 지원만 감행된다는 문제점을 표출하였다. 또한, 경제적 지원 역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도에는 미치지 않아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지원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국회 통과 ··· 전담 체계 기반 조기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통한 실질적 지원
가족돌봄청년 지원의 필요성이 고조됨에 따라, 가족돌봄청년의 지원을 주제로 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졌다. 지난 2월 27일에는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위기아동·청년지원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위기 상황에 처한 아동과 청년을 위한 전담 체계를 마련하고, 맞춤형 사례관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아픈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년은 현재까지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가족돌봄청년은 아픈 가족을 돌보면서도 본인의 자립과 성장에 대한 지원을 받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지정된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은 ▲전담 지원조직 지정·위탁 ▲조기 발굴체계 도입 ▲맞춤형 지원 강화 ▲우수 민간 지원기관 인증 등의 핵심 내용을 통해 위기 상황에 있는 아동 및 청년에 대한 구제를 시도한다. 이는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 청년들의 꿈에 날개를 달다, 충북청년미래센터
충북청년미래센터는 충청북도 기업 진흥원에 소속된 기구로 가족 돌봄 청년과 은둔·고립 청년을 전담 지원하는 기구이다. 2024년에 진행된 가족돌봄청년 전담지원 사업으로는 ▲연 최대 200만 원의 자기돌봄비 ▲아픈가족 의료·돌봄 서비스 ▲돌봄청년 본인의 취업·금융·교육·주거·법률 서비스 등이 있다. 2024년 8월 14일 설립된 ▲인천 ▲울산 ▲전북의 청년미래센터와 더불어,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충북청년미래센터는 본인의 삶과 성장은 외면하고 있는 청년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교원대신문에서는 충북청년미래센터 홍성택 팀장, 이다은 대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충북청년미래센터에서 진행 중인 가족돌봄청년 지원 사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리고 지난 2월 제정된 ‘위기아동·청년지원법’에 대한 견해를 듣고 가족돌봄청년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 등 다양한 조언을 구해보았다.
Q1. 충북청년미래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충북청년미래센터는 작년 8월에 개소한 위기 청년 지원 센터입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가족돌봄청년과 은둔·고립청년으로 위기청년의 유형을 구분하여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범 사업 기간으로, ▲자기 돌봄비 지원 ▲전문 상담 ▲공동체 프로그램 ▲일경험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며 청년 지원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Q2. 충북청년미래센터의 도움을 받는 청년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정확한 수치는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년 240명의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도 전체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240명이라는 수치가 전체 인구수에 비해 적어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상자를 직접 발굴하는 실무자로서 240명이라는 수치는 결코 적지 않다고 느낍니다. 개인정보나 접근성 등의 이유로 대상자 발굴이 어렵다는 점에서, 가족돌봄청년의 지원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직 240명이라는 수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보다 많은 분들께 의미 있는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 중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3. 가족돌봄청년 지원 과정에서 피지원자와의 갈등을 경험한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족돌봄청년 지원 부서의 경우 연 200만 원의 자기돌봄비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주된 업무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해당 금액을 현금이 아닌 ‘우리카드’로 지급하다 보니, ▲신용 불량 ▲연령 미충족 등을 이유로 카드를 발급할 수 없는 가족돌봄청년도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돌봄비를 사용할 수 있는 업종이 제한되다 보니, 가족돌봄청년이 100% 원하는 방법으로 자기돌봄비를 쓸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합니다. 이때 자유로운 이용을 하지 못한다면 자기돌봄비를 반납하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청년미래센터가 최근에 신설된 기구인 만큼,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대비 정도가 미비한 순간이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 피지원자와의 의견 갈등 상황이 난처하기도 했고, 제도적 개혁의 필요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Q4. 청년미래센터의 실무 경험 중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을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충북청년미래센터의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각자만의 사정이 있고, 그분들의 삶의 내밀한 부분까지 파악한 뒤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일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시간을 투자해서 정보를 찾아보아도 지원 체계나 기준 혹은 절차를 이유로 적절한 도움을 드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범운영 단계이다 보니 특수한 사례들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를 개선하고자 요청하는 일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을 통해 본인의 꿈을 찾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일례로는, 미용을 하고 싶었으나 생계와 돌봄을 이유로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로 생애를 이어 나가는 분께 도움을 드렸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분은 자기돌봄비를 활용하여 미용학원을 다니셨고, 국민취업제도 연계를 통해 지금은 미용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누군가의 꿈을 찾고 실현해 드릴 수 있을 때 뿌듯합니다.
Q5.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해당 법률안에 대해 무척 긍정적으로 인식합니다. 청년미래센터가 지난해부터 만들어지고 시범운영되고 있지만, 독자적인 기관으로서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복지 센터와의 협약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 충북청년미래센터는 많은 기관들과 MOU를 체결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더 많은 기관과의 협력 및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법률안은 충북청년미래센터의 존립 및 유지의 기틀이며, 소위 말해 우리 센터를 증명하는 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법률안이 대상자 발굴 과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하위 법령도 잘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6. 마지막으로 가족돌봄청년과 관련하여 한국교원대신문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답변해 주세요.
내년에 청년미래센터 관련 사업이 정규로 진행됩니다. 저희는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상담, 재정 지원, 취업 연계 등의 요소가 일괄적으로 가능한 원스톱 체제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더 많은 분들께 더 나은 질의 도움을 드리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분들의 관심이 꼭 필요합니다. 주변에 가족돌봄청년이 있다면 그분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시고, 저희 센터의 행보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한국교원대학교는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실무를 하다 보니 교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의 가정 상황, 경제적 상황 등을 미리 파악하고 계실 경우, 청년미래센터로 연결해 주셨을 때 학생의 상황에 맞는 지원 사업을 찾는 것이 용이합니다. 더 빠른 시기 내에 가족돌봄청년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죠. 교사가 되어서도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사회적·제도적 원인으로 복지로부터 소외되어 온 가족돌봄청년, 이들은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다방면적인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가족을 위해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이들을 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향한 관심이 그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및 관련 사안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