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호/교육현장엿보기] 교(사)춘기_ing

2025-04-06     한국교원대신문

대학원 파견교사 2년 차에 접어든 올해, 어느덧 두 번째 고요한 3월의 첫날을 맞이하였다. 올해는 그 고요함이 어색하지 않아, 교사로서 학교에 있던 시간이 전생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알람에 맞춰 눈을 뜨고, 생존용 커피 한 잔을 내려 노트북이 펼쳐진 책상 앞에 앉아 오늘은 또 어떤 하루를 보낼까. 마감 기한 없는 고민에 빠진 나는 영락없는 대학원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사이에 나의 역할은, 나의 생활은, 나의 삶은 큰 변화를 겪는 중이다.

학창 시절마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을 때 느꼈던 설렘, 기대, 긴장감, 두려움, 걱정, 불안 등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교사는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면역이 생길 법도 하지만, 3월의 첫날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파견 첫해의 3월 첫날, 몸은 학교에서 벗어났지만, 정신은 여전히 그 소용돌이 속에서 붕 떠 있는 하루를 보냈다. 가장 북적거리고 시끄러워야 할 오전 830, 홀로 진공 상태 같은 고요함 속에 앉아 있던 순간이 어색하고 어리둥절했다. 발걸음은 여느 때처럼 학교로 향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교탁 앞이 아닌 교실 뒷자리를 사수하며 학생으로서 등교하는 그 순간, 참 많은 생각이 스쳤다.

파견을 간절히 희망했던 그 무렵의 나는 꽤 지쳐 있었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 학생들이 무해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을 때조차 짜증이 밀려왔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 가야지, 네가 선생님인데!’라는 라디오 사연을 듣고도 웃음이 나지 않았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잠시 현장을 벗어날 필요가 있겠구나. 교사로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학생으로 돌아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바라던 대로 학생이 되어보니 오히려 교사로서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새삼스럽게 마주하게 되었다.

학생으로서의 나는 강의실에 들어서면 너무 앞도, 너무 뒤도 아닌 애매한 자리를 재빠르게 찾아 앉았다. 학생으로의 나는 단 몇 분의 쉬는 시간도 아쉬웠고, 수업이 일찍 끝날 때마다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학생으로서의 나는 오늘의 강의 주제보다는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는지가 더 중요했다. 학생으로서의 나는 강의계획서에 계획된 시험과 과제 하나에도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꼈다. 학생으로서의 나는 내가 올바른 길을 향해 잘 나아가고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늘 안고 있었고, 그에 대한 확신을 필요로 했다. 무엇보다도 학생으로서의 나는 발표 후 교수님의 끄덕임 한 번, 나에 대한 관심 한 줌, 인정 한 마디가 그렇게나 소중했다.

그런데 교사로서의 나는 어땠을까? 학생들이 살갑게 먼저 다가오길 바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지 않는 몇몇을 야속하게 생각했다. 덜 끝낸 것을 마무리하는 게 쉬는시간이라는 권위 있는 궤변(?)을 내세우며 계획된 내용을 어떻게든 마무리하고자 했다. 아침 독서시간에 벌떡 일어나 급식표를 보러 나오는 학생을 다그치며 속으로 쟤는 학교에 밥 먹으러 왔냐고 생각했다. 단원평가는 으레 해야 할 일쯤으로 여기며 학습지를 나눠준 뒤, 그 시간을 학생들의 배움을 점검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밀린 업무를 정리할 수 있는 숨 돌리는 시간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교사로서의 나는 갈수록 칭찬에 인색하고 무뎌졌으며, 웃음과 농담보다는 무표정과 의무감으로 학생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교사로서의 자아와 대학원생, 즉 학생으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혼돈의 나날이다. 세상살이에 쉬운 일 하나 없다는, 너무나도 뻔한 진리를 몸소 깨닫는 중이다. 나는 아직 교()춘기를 격렬하게 겪는 중이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 사춘기를 지나며 지금의 내 성격과 가치관이 서서히 형성되어 온 것처럼, 이 교()춘기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잘 겪고 나면 교사로서의 나 자신도 한층 더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 곧 다시 교실로 돌아가 맞이할 3월의 첫날, 지금 이 감정을 잊지 않고 잘 간직하며 앞으로의 성장통도 단단히 이겨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