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호/교수의 서재]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철학이 주는 위안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크고 작은 고민과 어려움을 마주한다. 그 힘든 과정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철학을 높은 곳에 있으며 어려운 학문이라고만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철학은 오히려 우리에게 힘이자 친근한 언어가 될 수 있다. 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세영 교수와 함께 알랭 드 보통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읽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철학이 주는 위안을 느껴보도록 하자.
Q1.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한 질문은 참으로 평범하면서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어떤 책이 감명 깊게 다가왔는지는 내가 처한 상황과 그 당시의 내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 자체가 다양한 장르로 나에게 의미를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고르는 것에 얼마 동안 고심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에게 소개하는 만큼 20대 때 읽었던 책들을 들춰보게 되었고 책장 속에서 아주 오래간만에 발견한 책이 알랭 드 보통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이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을 여섯 명의 철학자(▲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의 사상을 통해 조명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철학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위안을 건넵니다.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처음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접했을 때, 그의 글이 지닌 독특한 전개 방식과 철학적 접근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꾸준히 읽었고,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갔던 이유는 책의 원제인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위안’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중학생 때부터 마음이 복잡하거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면 리스트의 위안(Consolation)을 들으며 심장의 느긋함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찾곤 했습니다. 음악이 나에게 준 위안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철학의 위안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Q3. 이 책을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좌절하고 ▲상심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고난이나 부정적인 마음들을 철학으로 치유합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철학이 높은 곳에 있는 학문이 아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해석할 수 있는 친근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즉, 작가는 철학의 위치를 하강시켜 삶 속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이 철학을 더욱 친숙하게 느끼고,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관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정하였습니다.
Q4.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20대 시절 이 책을 읽었던 나를 떠올려보면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해주었던 듯합니다. 책을 펼쳐보면 밑줄이 그어진 글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작가가 쓴 말들이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펼친 지금, 저는 사실 작가가 쓴 말보다 작가가 한 행위에 골몰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철학을 실제와 연결해 학문이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그것이 아닌 ‘지금, 여기’의 것이 될 수 있도록 한 점에 눈길이 갑니다. 아마 제가 이 작가를 좋아했던 이유도 삶을 의미 있게 해석하는 작가의 기술 방식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기술 방식만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교육 주체의 경험을 밝히고 그 경험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저의 연구 방식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Q5.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사실 이 책은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지금은 책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만 남아 있을 뿐 특정 글귀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밑줄을 긋고 나름 강조한 부분을 다시 찾아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마음의 평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완성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완성을 추구하다 보면 으레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을 피하게 된다"
"그 누구도 경험 없이는 위대한 예술품을 창작해 낼 수 없고, 아무런 준비 없이 세속의 지위를 얻을 수 없는 법이며, 첫 시도에서 아주 훌륭한 연인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략) 우리는 인간 완성에 필요한 요소들을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는 두루 갖출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다"
Q6.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다른 학생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학생 ▲불안과 고민 속에서 방향과 해답을 찾고 싶은 학생 ▲철학이 어렵고 나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때로는 불안과 좌절을 겪기도 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놓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삶이 왜 이렇게 힘든지 원망하기도 하고, 그저 조용하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삶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의연하게 서 있는 과정입니다.
이 책을 통해 20대에 마주하는 고민 속에서 그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철학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지금 자신이 겪는 경험들이 모두 의미 있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