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호/기자칼럼] 당신도 오늘만큼은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를

2025-03-23     정혜원 기자

20251학기, 새 학기가 되어 본가에서 기숙사에 입사할 때 아빠가 차 안에서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힘들면 언제든 집에 와도 돼그 한마디가 어찌나 힘이 되던지. 아빠는 가볍게 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의 익숙한 본가 생활에서 다시 교원대생으로 사는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나에게는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1학년으로서 1년이 지나 적응할 만큼 적응했고 편하다고 생각했던 우리학교와 기숙사가 마음 한 곳에는 두려움의 존재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또다시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조금은 힘겨웠다. 평소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빠의 그 짧은 한마디로 인해 걱정이 잠시나마 사라짐을 느꼈다. 나처럼 상대방의 사소한 표현이 위로로 다가왔던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반대로 상대방의 사소한 표현으로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던 경험이 있는가? 우리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표현은 대체 무엇일까?

표현은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언어나 몸짓 따위의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타냄을 뜻한다. 우리는 목소리 말투 표정 제스처 등으로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과 마음을 드러낸다. 표현의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나의 표현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표현이 서툰 편에 속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의 익숙함, 성격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표현이 서툴다의 의미를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나의 속마음을 말로 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가끔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과 속얘기를 말하는 주변 친구들이나 동기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말보다는 글이 편하다.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곱씹어 보면서 내 마음에 적당한 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특별한 날 혹은 생일이 되면 난 편지를 쓰고는 한다. 평소에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이나 생각은 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나름대로 찾아낸 나만의 마음 전달 방법이다.

최근에 본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의 한 장면을 보고 표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주인공 인영은 자신의 엄마를 사고로 잃어 홀로 살아가게 되지만 어쩌다 감독 설아와 한집살이하게 된다. 설아와 함께 차를 타고 집에 가는 도중 인영은 다른 아이들이 엄마와 차를 타고 집에 가는 모습을 볼 때 많이 부러웠었는데 자신도 누군가와 함께 집으로 가게 되어 좋다고 표현하는 장면이 있었다. 누군가는 어떻게 이 장면을 보고 표현의 중요성이 떠올랐다는 거지?’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부러움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두어 표현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평소 우리는 부러움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여겨 숨긴다. 하지만 인영은 이렇게 자신이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진실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되지는 않도록 표현함으로써 인영과 설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나는 표현을 해야만 삶이 무조건 행복해진다고 확언하려는 것도, 표현이 오히려 더 큰 상처와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경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말을 해야 알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표현을 해야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자신의 깊은 속내까지 표현하기 힘들다면 정말 간단하고 사소한 것부터 표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좋아도 좋다고 행복해도 행복하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상황이 어색해서든, 말하기 쑥스러워서든 말이다. 만약 낯간지러워서, 말로 하긴 어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 혹은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던 말들이 있다면 오늘만큼은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생각만큼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나의 인생에 좋은 사람이 함께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기에. 이 기회를 빌려 나도 나의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내 인생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