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호/교육탑] ‘하늘이법’ 입법 논의 급물살 … 위험 교사 선별 vs 정신건강 회복 지원, 균형 필요해

2025-03-09     정경진 기자, 유정연 기자

지난 210,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을 계기로,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는, 이른바 하늘이법입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늘이법은 교원 임용 시부터 재직기간 내내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이상행동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직무수행이 어려운 교원에 대해서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에 교원단체는 낙인효과 심리검사의 정확성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성급한 대책 추진은 자칫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발생 원인을 우울증보다 개인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춰야

2025210일 오후 550분경,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 고() 김하늘 양이 교사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인 교사 A 씨는 범행 직후 누구든 돌봄교실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으려 했다라고 진술하며, “돌봄교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맨 마지막에 있는 아이를 유인해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해 흉기로 찔렀다라고 자백했다. 이어 교사 A 씨는 자신의 범행 동기가 우울증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울증의 본질적인 증상을 보면 외부로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며, 해당 사건을 바라볼 때,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개인의 성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찰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고() 김하늘 양을 살해한 교사 A 씨는 정신질환을 앓아 여러 차례 병가를 썼다고 밝혀졌다. A 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사건 직전에도 6개월 질병 휴직을 냈다가 20여 일 만에 복직한 상태였다. A 씨는 복직 이후에도 여러 폭력적인 언행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범행 닷새 전인 25일에는 시스템 접속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학교 컴퓨터를 파손했고, 6일에는 불 꺼진 교실에 있는 자신에게 말을 건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같은 학교 관계자는 “A 씨가 예전부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잦았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전담수사팀은 앞서 압수한 A 씨의 휴대전화와 집 컴퓨터 1, 학교 컴퓨터 3대 등에 대해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A 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A 씨는 범행 당일을 비롯해 범행 전 수일 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범행 도구와 과거에 발생했던 살인사건 기사를 검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수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지만, 단순한 충동 범죄로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라고 전하면서 이 사건은 우발적 살인이 아닌 계획범죄의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학교 안전 강화 위한 하늘이법발의 교원 심리검사, 질환교원심의위원회 법제화 등 논의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은 지난 5, 최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을 계기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학생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하늘이법’(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정신질환이 있는 교원의 휴직 및 복직 여부를 심의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여, 정신질환이 있는 교원의 관리와 학생 보호를 더욱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교원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학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학생의 안전과 교원의 건강을 모두 고려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17, 당정은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하늘이법의 주요 내용을 논의하였다. 우선, 교원 임용 시 인적성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교직 생활 중에도 주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는 방식이 검토되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중에 교원 맞춤형 심리검사 도구를 개발해 교육 활동보호센터 대표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교원 재직기간 동안 심리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적 위원회로 상향시켜 교원직무수행적합성심의위원회’(가칭)로 명칭을 바꾸고, 해당 위원회를 통해 직권휴직 된 교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과 연계한 치료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해당 교원이 복직을 신청한 경우에는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복직 휴직 연장 면직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또한 당정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대면 인계, 동행 귀가원칙을 확립하기로 했다. 현관·교문 등까지 인솔하고 보호자에게 직접 인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보호자로부터 자율 귀가 동의서를 받은 상황에서만 예외 허용하는 식이다. 또한 학내 사각지대 CCTV 설치 확대를 검토하고,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늘려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늘이법' 핵심 내용 카드뉴스 (사진 / 김채영 기자)

 

하늘이법부작용 우려하는 목소리도 ··· 교육계 입장은?

이렇듯 현재 정신질환을 앓는 교원의 직권휴직을 가능하게 하는 하늘이법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교육계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먼저, 해당 법안이 정신질환 교사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한섭 전국교사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대변인(이하 이 대변인)정신질환을 가진 교사를 구별하기 위한 의도로 진행되는 조사에 누가 솔직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하며 사회적 낙인이 우려돼 솔직하게 답하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정신질환을 앓은 이력이 있는 교사들은 승진이나 복직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많은 교사가 정신질환을 숨기려 하거나 치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대변인은 객관적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세부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하늘이법에 포함된 심리검사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가해 교사도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판단에 따라 복직한 건데 단순 심리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고 역설했다. 또한 하늘이법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도 법제화하기에 앞서 기존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대변인은 새로 뭔가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재점검하고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내 CCTV 설치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CCTV 확대는 학교라는 공간을 포용과 회복이 아닌 감시와 처벌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정 교원의 문제를 학교가 상급 기관에 의뢰하는 과정에서 교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교총은 직권휴직이 남용될 경우 교권이 위축될 수 있으며, 학교 내 교사 간 신뢰가 깨질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모든 어린이의 학교 내 안전을 위한 안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교사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을 잘 마련해, 작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늘이법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질적 문제 해결 위해, “‘교원 치료 및 적응 도움’, ‘정신 건강검진 의무화등 필요해

정부가 정신질환으로 정상 업무가 불가능한 교원에 대해 직권휴직 등 강제 조치를 할 수 있는 하늘이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치료를 위한 유급 휴직이나 업무 경감 등 적응을 돕는다는 내용도 명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는 교사들이 낙인효과를 우려해 치료를 꺼리고 오히려 본인의 증상을 숨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여 정신건강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13, “과거 큰 사건이 터지고 도입된 학교폭력예방법, 아동학대 금지법 등을 악용해 학교 현장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문제 교원에 대해 절차를 거쳐 정신건강 검진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지만 우울증 치료 등에 대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늘이법의 목적은 교사들이 질환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나 의사 등의 (특수) 직종에 대해선 정신 건강검진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학내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과감한 조치도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김성천 우리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 교원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면평가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심각한 경우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통해 소위 말하는 부적격 교원 등을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원의 휴·복직을 심의하는 질환심의위원회를 지역별 교육청이 아니라 교육지원청 단위로 더 세분화해서 배치하고 문제 징후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을 낮춰서 위원회를 열어야 후속 조치가 유연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하여 김성천 교수는 해당 사건을 어떻게 중립적으로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어떤 조직이든 동일한 존재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혁신가 적극 참여자 소극 참여자 저항자 등 각 유형을 고려한 맞춤형 교원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라고 역설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학교 안전에 구멍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다만,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신질환이 있는 교사를 배척하는 것이 아닌, ‘위험 교사를 정확히 찾아내 분리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