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호] 청소노동자 휴게실, 냉방 및 샤워시설 없어 불편

학교 측, "예산·공간 파악 후 개선하려 노력하겠다"

2017-04-23     하주현 기자
▲ 응용과학관 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의 휴게실.냉방 및 난방 시설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냉장고, 수납장 등과 사진에 나타나 있는 난로는 휴게실을 사용하는 청소노동자 개인이 구비했다.

캠퍼스가 한적한 이른 아침부터 학교 구석구석을 책임지는 이들이 있다. 대학본부와 사도교육원, 종합교육연수원 소속 청소노동자가 그들이다. 강의실과 화장실을 비롯한 건물 내부와 생활폐기물, 낙엽과 잡초 관리까지. 매일 이뤄지는 그들의 노동으로 학교의 내·외관은 반듯한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다. 학교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그들의 작업 환경, 그 중에서도 휴게실은 어떤 모습일까.

◇ TV와 냉·난방시설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 냉장고·옷장·사물함은 노동자 스스로 구비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각 강의동을 관리하는 청소노동자의 성별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냉장고·옷장·사물함은 대부분 구비되어 있었지만 학교에서 마련해준 것이 아닌, 청소노동자 개인이 구해온 것이었다. 중고로 구매하거나 행정실이나 학과사무실에서 내놓은 것을 가져와 사용하는 식이다.
TV와 에어컨, 난방 기구는 없는 곳이 절대 다수였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철을 고려해볼 때 냉방장치가 없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청소노동자 A씨는 “여름엔 많이 덥지만 선풍기를 틀고 그냥 참고 쉰다”고 답했다. 교양학관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한편 융합과학관과 교육연구원을 비롯한 신축 건물은 설계 초기 모든 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돼 휴게실에도 에어컨이 있었다.
휴게공간에 청소용품과 기계 설비가 함께 있는 곳도 많았다. 응용과학관에는 휴지 박스와 각종 기계설비, 교양학관에는 청소도구와 세제용품, 융합교육관에는 CCTV를 비롯한 기기가 휴게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교양학관의 B씨는 “이곳은 휴게실이 넓어 괜찮다”고 말했다. 한편 융합과학관 청소노동자 C씨는 “쉬고 있을 때 기계 담당하시는 아저씨가 들어오기도 하고, 기계가 함께 있는 게 조금 불편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 “샤워시설이 가장 불편”
한편 청소노동자들은 샤워시설이 없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며 입을 모았다. 여름철엔 잔디를 깎고 잡초를 제거하는 업무가 추가되는데, 작업 후 땀이 많이 난 몸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하거나 사실상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노동자 A씨는 “여름철에 잔디 제초 작업을 하면 속옷까지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나 씻고 싶은데 샤워할 공간이 없어 집에 갈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C씨는 “조경반에서 농약 작업을 자주 하는데 그 직후 풀밭에 들어가 제초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바로 씻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체육관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근무하는 강의동과의 거리가 먼 것과 교수와 학생 등 기존 사용자에게 피해가 가는 점을 들었다. 교양학관 D씨는 “체육관 샤워실은 교수님과 학생들이 사용하기에 우리가 가는 것이 조금 꺼려진다”고 말했다. B씨는 “어떤 분은 정 더우면 체육관에 가서 얼른 씻고 온다고 하는데 그게 남의 관에 있으니까 항상 그렇게 하진 못한다. 여름에 뜨거운데 체육관까지 갔다가 물 끼얹고 오면 다시 또 덥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잘 안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체육교육과 조교는 “여태까지 사용하신 분이 없으셔서 생각 못 해봤는데 직원분들의 이용을 막는 권한과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 사정을 말하신다면 반대하실 분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체육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락커룸이 있는데 학생들이 자기 물건 관리를 잘 하고 서로 조심한다면 이용하시는 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체육관 샤워실 이용에 제한이 없음을 알렸다.
B씨 역시 “주변분들 와서 사용하라는 공지와 같이 정식으로 안내를 해놓으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데는 공동으로 씻으라고 하는 데가 있다고는 하더라. 샤워실로 공간 뺄 데가 없으면 그렇게라도 되면 다행이다. 정 급하면 조금만 닦더라도 예전에 샤워꼭지를 달아달라고 한 것처럼 요구해도 될 것 같다”며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 창고를 휴게실로
미술관, 음악관, 체육관, 도서관 등의 청소노동자는 창고를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다. 체육관 청소노동자 E씨는 “청소 업종이 다 그렇다”고 하면서도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창고가 휴게실로 사용되는 경우, 문 앞에 ‘창고’라는 명판이 붙어있어 자칫 청소도구를 찾으려는 외부인이 불쑥 들어오기 쉽다. 무엇보다 계단 밑과 지하에 위치한 창고는 환기가 어려워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이어야 하는 휴게실로서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도시락을 싸와 휴게실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을 놓을 상과 의자 대신 합판을 덧대 만든 침대 형태의 가구만 있어 식사 자세도 불편하다.
충대신문에 따르면 충남대학교의 경우 TV·에어컨·냉장고·사물함·옷장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교대 역시 청소 용역 담당자는 “창고를 휴게실로 쓰는 곳은 없고,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다. 옷장과 사물함, 에어컨은 학교에서 구비해주었고, 샤워실은 학생과 함께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4대학 행정실 관계자는 “여유 공간이 남으면 휴게실을 마련해드리는데 아직 여유 공간이 없어 못해드리고 있다. 에어컨과 같은 부분도 추후에 예산이 확보되면 구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설관리과 관계자 역시 “요청이 들어온다면 행정실과 협의해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파악해보겠다. 샤워실 같은 경우 각 건물별로 상황에 맞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라며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총무과 용역 업체를 담당하는 정구식 팀장은 “샤워실 같은 경우 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긴 어렵고 공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또 각 건물마다 쓰임이 있기에 그 용도에 맞는 호실을 배치한 뒤 남는 공간을 휴게실로 제공해드릴 수 있다. 청소반장과 보편적으로 검토해보고 행정실과 협의를 통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청소노동자 A씨는 “계단에 파인 홈에 커피 등 음료가 흘러 들어가면 광택이 사라지고 청소하기가 매우 힘들다. 또 내용물이 남은 카페의 음료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이런 부분은 제발 지양해줬으면 좋겠다”며 부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