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호/교수의 서재] 문명을 통해 우리의 삶을 본질적으로 돌아보다

2024-11-18     정혜원 기자

문명은 인간의 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문명이, 때로는 인간을 오히려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문명이 인간에게 억압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영어교육과 박두현 교수와 함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만을 읽으며 우리의 삶이 왜 험난하고 고단한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영어교육과 박두현 교수 (사진 / 정혜원 기자)

 

Q1.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문명 속의 불만(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이라는 책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신 분석에 관한 생각들은 심리학에 그치지 않고 문학 철학 인류학 종교학 심지어는 자연과학에까지 다방면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그의 많은 저서들의 내용들은 기존의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고 새로운 어휘(libido, superego, ego, id )들로 인간과 문화와의 관계를 통찰하였다는 데에 흥미롭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문명 혹은 문화의 발전과 그 과정이 오히려 인간에게는 억압적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질서와 청결 등 문화의 근원적 요소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문명이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으로 작용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프로이트는 문명화 과정에서 왜 인간이 불행해지는가?’에 대한 원인을 찾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내용이 표면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이 무척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비관적 주장을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 프로이트가 희망했던 것은 우리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고통을 피하고 존재론적 기쁨과 행복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기를 바랐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저는 영미문학을 전공한 학자이지만 실제로 학부에 다닐 때는 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학부를 졸업하고 직장을 잠깐 다니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우리가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된 책이었습니다.

기존의 문학에 대한 해설들이 인본주의적 해석 내지는 이성(reason) 중심적 관점에 치우쳐서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프로이트의 이 책은 문학작품의 저자, 등장인물, 시대적 배경 등을 이해하려고 할 때 설득력 있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왜 우리들의 삶이 험난하고 고단한지 등에 대한 해답을 상당 부분 전해 주는 것으로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Q3. 그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언급했듯이 문명 속의 불만은 제가 평생 문학을 전공하고 지금까지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끔 영향을 주었던 책입니다. 우리는 보통 전공이나 삶의 방향 등을 정할 때 자신의 자발적인 욕망도 있지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 편의 영화나 혹은 강연, 또는 한 권의 책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게는 이 책이 그렇습니다. 프로이트가 설명했듯이 우리 인간의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왜 문명과 우리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지 어째서 우리가 만든 문명 혹은 문화가 인간의 행복 실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그의 조언은 제 주변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을 때로는 겸손하게, 때로는 균형 잡힌 시각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었습니다.

 

Q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필연적으로 세 가지의 고통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합니다. 첫째는 육체의 쇠락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까지 육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질병과 고통에 시달려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인간 조건에 필연적인 한계적 상황들, 즉 천재지변, 부조리 등,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외부 세계에 대한 자각이며, 셋째는 타인과의 관계입니다. 질투, 탐욕, 콤플렉스, 트라우마 등인데 이 세 번째가 인간의 갖는 고통 중에 가장 중요한 근원이라고 보았으며 이런 욕망 등을 억압할 게 아니라 그 본질을 기쁨의 원천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것이 높은 수준으로 억제된 욕구의 만족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문명 속의 불만은 직접적으로 임용고시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볼 수는 없고 단순히 교양서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적인 면에서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다양한 전공 분야를 아우를 수 있어서 교양서를 뛰어넘는 책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특이성과 문화 혹은 문명이 정초하는 보편적 가치 등에 대한 물음에 나름대로의 해석을 제시한 책이므로 인문과학 전공 학생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전공 학생들도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특별히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부생들, 문학 교육학 윤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새겨들어볼 만한 내용들이 있어서 전공 공부를 하는 데 꽤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책의 어떤 부분은 조금 난해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본인의 전공과 연계시켜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요즘, 교직 분야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교권을 저해하는 요소도 많고 오직 평가와 결과에 집착하는 교육 풍토도 현장에서 교육하는 데에 어려움을 주는 커다란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 직업인으로서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도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요.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지식만을 전달하는 직업인인 것만은 아닙니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이런 현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식전달자로서의 교사 역할보다는 아이들에게 왜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우리 자신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입니다. 나아가 왜 힘이 들어도 공부해야 하는지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교사가 된다면 나름대로 교직에 대한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이런 측면에서 프로이트의 이 책은 장래의 교사로서 우리학교 학생들이 나중에 교단에 섰을 때 아이들을 이해하고 전공을 선택하고 인생을 설계하도록 지도하는 데 유용한 책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