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호/사설] 학생인권조례, 이상과 현실의 차이

2024-11-18     한국교원대신문

작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기사화되면서 교권 추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고, 학생인권조례 찬반 논란으로 번지게 되었다. 찬성의 측면에서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 시스템이 무력화되었다고 주장하고, 반대의 측면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서로 맞서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제정한 조례로,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가장 먼저 공포한 후 광주, 서울, 전북 교육청 등 7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제해서는 아니된다.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서 자기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

학교는 두발의 길이를 규제해서는 아니된다.

학교는 학생의 휴대전화 자체를 금지해서는 아니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 등 진술을 강요해서는 아니된다.

 

제시된 내용만 살펴보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내용들이 악용된다. 대표적으로 학생의 휴대전화 자체를 금지해서는 아니된다.’라는 조항을 살펴보자.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수업 시간에 소지하게 되면서 휴대전화로 교사의 발언과 행동을 녹음, 녹화하고 협박하는 등 교권 침해가 발생하였고, 교사를 불법 촬영하는 등 범죄까지 발생하였다. 학생의 인권을 위하여 만들어진 조례가 결국 현실에서는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게 된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다. 결국 교육부가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및 학부모의 수업 비밀 녹음실시간 청취 행위의 금지를 고시하였고, 인권위에서는 10년 만에 학생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는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추세이고, 일본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학생이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 오히려 학생의 학습과 정서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아 학교 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교육과정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학생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만들어진 장치이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의 인권이 아닌 교사의 교권, 교권을 넘어선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교권의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악용하는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 의해 현재 교권이 추락한 것임은 분명하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고민과 대안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