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호/컬처노트] 우리들의 블루스, 당신의 인생을 응원하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시기를 겪게 된다. 눈앞이 캄캄해질 만큼 우울한 시기, 미래의 행운을 끌어다 쓴 것처럼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는 시기 등 모두가 한 번쯤은 이런 시기를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의 시기에 서 있는 달고도 쓴 인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 컬처노트에서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소개하며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응원해 보고자 한다.
◇ 가족, 친구, 연인,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제주도에 살고 있는 주인공 1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며 매 회차마다 그들의 인생에 대해 얘기한다.
한수와 은희는 다시 만난 동창의 우정을,
영주와 현은 고등학생의 풋풋하고 용감한 사랑을,
호식과 인권은 그들의 아버지로서 고뇌와 응원을,
영옥과 정준은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을,
동석과 선아는 과거의 위로와 사랑을,
미란과 은희는 든든한 의리와 우정을,
춘희와 은기는 따스한 가족애를,
옥동과 동석은 모자의 용서와 사랑을.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같이 우리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족 ▲친구 ▲연인 등의 인간관계를 만들며 살아갈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힘들고 우울한 시기, 그를 이겨내고 찾아온 기쁘고 행복한 시기 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어떻게 인생에 찾아온 각자의 고민과 문제들을 풀어내고 행복해지는지 지켜본다면 우리의 인생에 그와 비슷한 시기가 닥쳤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작품을 소개해 본다.
◇ 옥동과 동석, 멈췄던 모자관계의 시간이 흐르다
여러 회차들 중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옥동과 동석의 이야기였다. 옥동과 동석은 모자(母子) 관계로, 둘은 대화와 감정의 교류가 단절된 채 오랜 시간을 보내왔다. 특히 동석은 의도적으로 옥동을 피해 왔는데, 옥동이 위암 말기 판정을 알게 된 후, 동석은 옥동을 마주 보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말기 암이라는 요소를 넣었음에도 급진적으로 관계가 애틋해지고, 아들이 어머니를 살뜰히 챙기기 시작하는 등의 전개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전히 옥동을 미워하지만 살아생전 그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함께해주던 동석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얘기한다. “늘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나한테 미안한 게 없냐, 어떻게 나한테 미안한 게 없어?” 이에 옥동은 “나 같은 사람이…어떻게 미안한 걸 알아”라며 답한다.
과거 동석에게 준 상처에 대해 얘기하며, 자신이 죽으면 장례도 치르지 말라고 얘기하는 옥동과 그런 옥동을 용서하는 동석. 결말은 옥동이 동석에게 아침을 차려준 뒤 숨을 거두는 것으로 끝이 난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내레이션으로 전달되는 동석의 마음을 들으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솔직하게 표현하기, 함께 시간 보내기 … 우리의 소중한 가족을 대하는 법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연락, 노력 등 특별한 요구조건 없이도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가족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만큼 가족은 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다면, 그 소중함을 가족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였는가? 부끄럽게도, 나는 이 물음에 “그러지 못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안함, 속상함과 같은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옥동과 동석이 좀 더 일찍 서로의 감정을 터놓고 얘기했다면, 그들은 보다 빨리 화해하고 남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옥동과 안고 화해하고 싶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동석을 보며 나는 내 지난 시간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 그처럼 뒤늦게 왜 더 빨리 얘기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기사를 읽는 여러분도 동석처럼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표현해 보자. 기쁜 일은 나누고, 고마운 일은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한 일이 있다면 바로 사과하고,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다면 혼자 앓는 대신 대화하며 해결해 보자.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 동기들, 선배들, 친구들과 노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재밌을 때이지만, 때론 가족과도 함께하며 흘러가는 현재에 좋은 추억들을 많이 담아본다면 우리의 인생이 보다 다채롭게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