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호/섹션] 슬기로운 만화 탐구 생활 : 만화의 역사와 변화, 이면의 아픔까지

2024-11-04     서수연 기자

지난 113일은 만화의 날로, 한국 만화의 부흥 만화인의 창작 의욕 고취 화합 도모를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었다. 1996113일에 개최된 만화 심의 철폐를 위한 범 만화인 결의대회에서 만화인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2001년에 정부로부터 공식 기념일로 인정받으며 지정되었다. 이번 호 섹션면에서는 만화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만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909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만화의 역사

대한민보 축쇄본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제공)

한국 최초의 만화는 이도영 화가의 1컷 시사만화 삽화이다. 삽화190962일 창간한 대한민보 1면에 게재된 것을 시작으로, 1910831일 폐간 때까지 연재되었다. 이는 단순·과장·풍자라는 만화의 3요소 포함 대중 배포를 목적으로 인쇄된 정기간행물에 연재 형식으로 게재 다양한 만화적 표현기법 창안 등의 특징을 통해 한국만화사의 출발점이자 한국 최초의 신문 시사만화로 평가받는다. 특히 창간호에 실린 삽화대한민보의 한 글자씩을 이용해서 4행시를 짓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국(大局)의 간형(肝衡) : 국가 정세를 바르게 이해하고

한혼(韓魂)의 단취(團聚) : 한민족의 혼을 통합하여

민성(民聲)의 기관(機關) : 백성의 목소리를 모아

보도(報道)의 이채(異彩) : 보도 내용을 다채롭게 한다

만화 잡지들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1950년대는 한국 만화의 성장 기반이 만들어진 시기였다. ‘떼기 만화(딱지 만화)’가 유행했으며 한국 전쟁으로 힘든 시기에 만화책과 만화 잡지는 대중의 문화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는 만화방이 전국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한국 만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합동출판사의 독과점 체제 정부의 사전 심의 제도 등 창작 활동을 방해하던 사회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 속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나왔으며, 이를 발판 삼아 1970년대에는 일간지 극 만화 어린이 잡지 부록 만화 만화 전집류 등 양적인 성장이 일어났다. 1980년대는 경제적 성장을 통해 만화계의 황금기가 만들어진 시기였다. 스포츠 만화의 인기가 절정을 달했고, 1960~70년대 일본풍 순정만화의 틀을 벗어나 한국 순정만화의 지평을 넓혔다. 질적·양적으로 성장한 한국 만화는 1990년대에 들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세대별·장르별 만화 잡지가 출간되는 전성기를 누렸다.

 
 

디지털 기술 발전·인터넷 본격화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등장한 만화, ‘웹툰

네이버웹툰 (사진 / 네이버 제공)
카카오페이지 (사진 / 카카오 제공)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 만화 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 본격화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은 만화의 창작 단계에 도입되어 만화를 종이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원고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 인터넷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만화는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디지털 기술의 표현 가능성을 반영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세로 스크롤 만화는 디지털 기술의 표현 가능성을 반영한 형식과 연출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와 같은 웹툰 플랫폼의 등장은 독자들에게 웹툰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며 만화의 디지털화를 선도하였다. 웹툰 플랫폼은 만화 작가들에게도 그들의 작품을 공개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게 했으며, 작가들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여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웹툰 인기 이면엔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 지속 올바른 윤리의식 필요해

불법 웹툰·웹소설 유통량 (표 / 서수연 기자)

한편, 독자들에게 만화를 제공하는 웹툰 플랫폼이 불법 사이트로 인해 지속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을 통해 20248월 한 달간 웹툰 사이트 5곳과 웹소설 사이트 1곳의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를 상단의 표와 같이 밝혔다. 불법 사이트의 총방문 횟수는 26,113만 회, 순방문자 수는 1,224만 명에 달했으며, 이용자가 불법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소비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페이지뷰 수는 225,154만 회로 집계되었다. 특히, 방문자 수에 웹툰 대여료 300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불법 유통 콘텐츠 피해액을 산정하면 뉴토끼에서만 약 398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불법 사이트를 심의한 후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약 2~3주가 소요되지만,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대체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하루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대처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지속적인 대응 장치가 필요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웹툰을 보는 독자들은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