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호/사회] 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 격화, 민간인 피해 속출 … 한국 경제 영향은 제한적

2024-10-14     김도현 기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오랜 후원국인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어 충돌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석유와 가스 수입에 차질이 없으며, 중동을 우회하는 해상 물류 경로도 안정적으로 확보된 상태지만, 정부는 이란 등 중동 주요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비상 대응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헤즈볼라’, 이스라엘과 악연은 언제부터?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영향력 있는 시아파 무슬림 정당이자 무장 단체이며, 레바논 의회와 정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75~1990년 내전 당시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이스라엘에 대항하며 1980년대 들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수년간 이란으로부터 재정적·군사적으로 막강한 지원을 받고 있다. 아울러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도 강력한 동맹 관계를 자랑한다. 그러던 2006, 헤즈볼라가 국경 지역에서 치명적인 공세를 벌이며 이스라엘과 전면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하고자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다. 당시 민간인 약 1,000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헤즈볼라는 승리를 주장했으며 이후로도 줄곧 몸집을 불리며 무기도 개선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갈등이 격화된 배경에는 가자지구 전쟁의 장기화로 하마스의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가 헤즈볼라로 전환되었다는 분석이다. 가자지구 전쟁 동안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드론 및 로켓 공격을 주고받으며 긴장 상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스라엘은 이 기회에 헤즈볼라를 소탕하자라는 군사 목표를 설정하며 공격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거점을 겨냥한 '삐삐 폭탄작전 사상자 약 3천 명

레바논에서, 지난 917일 오후 330분경 헤즈볼라 거점을 중심으로 수천 개의 무선호출기(삐삐)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12명이 숨지고 3천 명 가까이 다쳤다. 해당 사건의 경위는 이스라엘 군이 헤즈볼라가 올해 초 주문한 무선호출기 5,000대가 레바논으로 향하기 전, 호출기마다 배터리에 소량의 폭약을 넣고 원격조종이 가능한 스위치 등을 삽입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과 이들이 설립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이 참여했으며, 헝가리에 유령회사 비에이시(BAC) 컨설팅을 설립하고 직접 삐삐를 제작해 헤즈볼라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다수는 헤즈볼라 조직원이었지만, 민간인과 어린이 등도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삐삐, 무전기 폭발 테러 사망자는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37명이고 부상자는 약 3천 명으로 집계됐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현지 의료진 인터뷰를 통해 부상자들이 기기에서 알림음이 나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기기를 꺼내 들고 바라보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 얼굴과 팔, 눈 등을 주로 다쳤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반격 나섰지만 고전 면치 못해

이스라엘이 지난 919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퍼부으면서 본격적인 군사작전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공군이 약 30개의 헤즈볼라 발사대와 테러 인프라를 폭격했다라고 밝혔다. 또 지상군이 레바논 남부 여러 지역의 무기 저장고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군이 결국 레바논 남부 국경을 넘어 지상전에 들어가자, 헤즈볼라는 모사드 본부를 겨냥해 미사일로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지상전에 들어간 직후, 헤즈볼라가 로켓 5발을 발사해 중부 전역에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헤즈볼라는 지난 924일에도 모사드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방공망에 요격돼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전화 통화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보복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를 통해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 … 韓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아

격화되는 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이 국내 산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927일 유관기관, 업계, 전문가와 함께 산업 영향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에너지와 공급망 등을 중심으로 우리 산업에 끼칠 영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현재 석유·가스 도입에 이상이 없으며,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도 대부분 우회 항로를 확보했다라며, 최근 사태 격화에도 국제 유가에 큰 변동이 없어 국제 석유 시장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수출입과 공급망에도 차질이 없으며, 중동 의존도가 높은 일부 석유화학제품도 국내 생산과 수입이 가능해 영향이 적다는 설명이다.

다만 산업부는 이란 등 주요국 대응에 따라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비상 대응체계 구축에 만전을 가할 계획이다. 정부와 업계는 현재 약 7개월간 지속 가능한 비축유와 가스를 준비했고, 내년에는 1억 배럴 이상의 비축유를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열린 중동 정세 관련 에너지·무역·공급망 종합상황 점검회의에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기관·업계는 중동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하고,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