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7호/사회탑] 정부, 21년 만의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보험료율 9%→13%로 올린다 … 인상 속도는 세대별 ‘차등’으로
지난 9월 4일,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및 미래 세대의 연금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및 소득대체율 조정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정부는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및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같은 개편안의 내용에 대해 여야 간의 이견이 뚜렷해, 국회 통과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 2056년 국민연금 고갈 예상 … 이번 개혁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국민연금은 국민이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이를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사회보험 제도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을 받는 사람은 많아지는 상황이 이어지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2023년 장래인구추계를 기반으로 한 재정 전망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6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지난 2003년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이후 21년 동안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시도해 왔으나, 개혁 방향에 대한 이견과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이번 개혁안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및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정부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의 강화를 목표로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현행 소득 대비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42%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기준소득월액이 300만 원인 가입자는 현재 월 27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개혁안이 적용되면 39만 원으로 12만 원을 추가로 부담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므로, 실질적으로는 6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출생 연도에 따라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 ▲50대 가입자는 매년 1%p씩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인상된다. 이에 따라 ▲50대는 4년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20대는 16년이 걸려 보험료율 13%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는 국민연금 수급액을 경제 상황과 인구 변동에 맞춰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상승한다. 그러나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연금 수입이 줄고 지출이 늘어났을 때 연금의 물가 상승분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기금 소진을 늦출 수 있다. 정부는 개혁안에 따라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은 42%로 조정되면 기금 소진 시기는 2072년으로 연장되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에는 2088년까지 기금 소진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외에도 크레딧 제도(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연금 지급 보장을 법제화하는 등 청년 세대의 신뢰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 국민연금 개혁, 여야 상반된 반응 보여 … 논의 필요성 대두돼
그러나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보여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개혁안 발표 후 의견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의 청사진을 결단력 있게 제시했다”라며, “모수 개혁뿐만 아니라 구조 개혁 방향까지 제시된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혁안에 포함된 ‘재정 안정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이 국민 부담을 가중하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개편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금개혁안에 따른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 적용이 세대 경계에 있는 연령대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9월 22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인위적으로 연령을 구분해 세대 간 차등 부과함으로써, 10년 차이가 나도 같은 보험료율을 부과하면서 하루, 한 달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100만 원이 넘는 추가 보험료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민연금 개혁이 1년씩 지연될 때마다 국가 재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비용이 약 5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며,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