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7호/독자의시선] 장자(莊子)의 견해를 통해서 보는 우리의 논쟁(論爭)

김도경(윤리교육·22) 학우

2024-09-30     한국교원대신문

최근 학교 커뮤니티 중 하나인, 에브리타임에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다. 에브리타임의 게시판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한 글 중에서, 최근의 사회적 이슈에 관한 논쟁을 벌이는 글들을 보았을 때, 서로에 대한 존중보다는 각 진영에 대한 비판으로 얼룩져 보이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크게 느꼈다. 여기서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어느 쪽을 비방하고 싶지도, 또한 논쟁이 그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논쟁은 분명 우리가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 주는 하나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논쟁은 참된 논쟁이 아닌, 서로의 기분과 감정이 상하기만 하는, 잘못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장자(莊子)라는 한 사상가의 주장을 통해 간단하게 우리가 논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장자』 「제물론편에서, 장자는 논쟁을 벌인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나와 그대가 논쟁을 벌인다고 가정해 보자. 그대가 나를 이기고 내가 그대를 이기지 못하였다면, 과연 그대가 옳고 나는 틀린 것이 되는 것인가? 내가 그대를 이기고 그대가 나를 이기지 못하였다면, 과연 내가 옳고 그대가 틀린 것인가?”

 

우리의 논쟁은 이기는 것에 더 치중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장자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주장이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이긴다고 해서, 그것이 참된 진리나 옳은 의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대 아테네의 법정에서 소크라테스는 분명 재판에서 패했다. 하지만 후대의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잘못된 신념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그 순간의 승리가 우리의 주장을 참이나 옳은 것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논쟁을 한다. 다만 이 논쟁은 상대방 또는 진영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나 혐오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옳은 의견이나 참된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 나의 주장을 승리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또한 이 승리는 순간적일 뿐이어서, 나중의 우리 주장이 패배로 최종 판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올바르고 건전한 논쟁을 하게 된다면, 그 논쟁에서 패배자는 없을 것이다. 올바른 주장과 입증, 상대방에 대한 경청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견해에서의 난점을 극복하고 더 나은 지식이나 의견을 창출해 낼 것이다.

 

특히 여기서 상대방에 대한 경청은 곧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동등한 지위의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마음대로 재구성 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재구성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는 단순히 주장에서 부딪힐 뿐이지, 감정이 상하거나 오해를 하지 않게 되는, 올바르고 건전한 논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장자의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논쟁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단순히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건전한 논쟁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우리는 지녀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