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호/사설]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앞두고, 교사의 역할에 대하여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 융합 역량 등의 미래 핵심 역량을 신장하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부는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기로 발표하였다.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과) 과목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며, 현재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2025년 3월 학교 현장에 도입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검정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게 된다. 2028년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교과들로 확대된다.
교육부는 약 2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AI 디지털교과서의 추진 정책을 마련하고 교과서 개발을 위한 가이드, 인프라 구축, 교과서 검정 기준의 마련, 교과용 도서의 법적 체제 검토, 교과서 비용 책정, 교과서 활용을 위한 AI 교사 연수에 이르기까지 2025년 3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해 그야말로 속도전을 펼치며 달려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 세계의 교육계는 한국 교육 현장에 보급될 세계 최초 AI 교과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기술력과 그 교육적 효과성에 대한 궁금증은 이제 2025년 3월 학교 현장에 보급되어 활용할 시기 이후에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에 AI 디지털교과서에 관한 각 국의 교육계에서 여러 질의나 연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기존의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화하는 단순 전환의 기능을 넘어서서 학생의 학습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개별 학생의 학습 속도와 능력에 맞춘 개별 학습 분석 및 맞춤형 학습 지원이 가능한 교과서이다. 개인화된 학습 경험의 제공은 AI 디지털 교과서의 핵심 중 하나로 교육부는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라는 개념 아래, AI 디지털 교과서는 모든 학생에게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여 전통적 교육 방식에서 발생하는 낙오자를 줄이고 학습 격차를 해소하려는 목적 하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을 추진해 온 것이다.
이제 학교 현장에서 교사는 서책형 교과서와 더불어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는 교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자주 틀리는 문제를 기반으로 오개념을 진단하고 학생들의 학업적 특성(강정과 약점, 학습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맞춤형 교수 학습 자료와 평가 문항을 제공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그야말로 AI 튜터 기능을 활용해 학생별 학습 진단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학습 경로와 콘텐츠를 추천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때 교사는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의 학습 진도와 성취 수준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맞춤형 교수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교사는 30명 내외의 교실 현장에서 단일한 서책형 교과서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업 수준과 특성을 지닌 학습자를 동일한 교재와 활동지를 활용해서 단일한 수업을 실시해왔다. 개별 학습자의 맞춤형 수업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이들을 위한 진단과 분석도 쉽지 않았고 개별화된 교수 학습 자료나 활동지, 평가와 채점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지원하는 있는 개인화된 학습 경험의 제공은 분명 현재의 교육적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대책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학생들의 학업 특성을 진단하고 학습 성과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문항의 개발, 평가와 채점, 분석을 모두 실시하고, 다시 학생 특성을 분석하고 개별적인 학습 경로를 제공하는 기존의 교사 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AI 튜터와 더불어 우리 교사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디지털 교과서 웹 플랫폼에 접속하세요.” “이제 1단원 ~에 있는 학습 활동을 풀어보세요.” “1단원 ~학습 활동을 작성한 결과를 클릭해서 결과를 확인하세요.”, “~에 제시된 설명과 보조 자료를 읽어보고, 하단에 제시된 보충 활동을 다시 풀어보세요.” “다시 각자 결과를 확인하고 보충 수업 자료를 확인하고…….” 수업을 위해 디지털 교과서 웹 플랫폼에 접속하고 활동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보조적인 학습 관리자의 모습이 당장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교사의 역할이 아닐 것이다.
교사는 그간 확인하지 못했던 학습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어려움을 교수 학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성취기준의 학습 내용 요소 중 어떤 부분에 더욱 집중해서 지도해야 할지,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서 기존의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도입-전개-정리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수업의 학습 방식도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는 수업의 맥락에서 필수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다만, AI 디지털 교과서 시대의 교사는 이제 그간 학습 과정에서 내재한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업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탐구자이자,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이러한 새로운 교수적 방안을 제안하는 협력자로서, 그리고 다시 돌아가 학습자들에게 정서적 관심과 지원을 주는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새로운 교사 역할에 대한 규정과 이를 위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