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호/교육현장엿보기] ‘oo’이 없는 완벽한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문유리(영어교육·24)

2024-05-27     한국교원대신문

짧지 않았던 교육 경력의 시간, 돌이켜 보면 어느덧 10년도 훌쩍 넘어간다. 신규교사 시절, 돌이켜 보면 가장 후회되는 순간들이 있다. 뭐든 완벽한 교사가 되려고 했던 것, 1년을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가슴에 남는 것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보냈을까 다소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교실을 완벽히 정돈하는 것, 환경 정리를 멋지게 하는 것, 이동할 때 아이들이 줄을 완벽하게 서는 것, 교실에서 아이들이 조용히 하는 것,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 이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주위에서 칭찬을 받긴 했다. 교실이 깔끔하다, 아이들이 잘 정돈 되어있다는 것과 같은 동료 교사들의 칭찬과 나를 담임으로 희망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많다는 등 학부모님들의 칭찬 등 모든 게 감사하기는 했다. 내가 놓치는 것이 무엇일까? 모든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공허한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건너편 반의 교실을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교실은 엉망이었고 아이들은 떠들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선생님 주위에 가득했고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해맑게 웃고 있었다.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좋은 선생님은 정돈된 교실도, 완벽하게 선 줄도 아닌 바로 사랑을 주는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아이들도 나를 따르기는 했지만, 모든 부분에 다소 엄격한 면이 있었던 탓인지 나를 조금은 어려워했고 주위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힘을 빼는 것그리고 빼낸 그 힘으로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관심을 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힘을 빼는 연습을 하였고 조금은 교실이 흐트러져도 눈을 조금 감고, 집중해야 할 시간에 아이들이 떠들고 있어도 심하지 않다면 견뎌 주었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한마디 더 건네주고 먼저 다가가며 엄하게 혼내는 대신 때론 엄마처럼 일부러 잔소리도 하고 웃기도 했다.

그 뒤로 교실은 좀 더 어질러져 있었지만, 분명히 교실은 밝아졌고, 내 주위에 아이들은 많아졌다. 집에서 못다 한 말들도 나에게 와서 해주었고, 나는 진심을 다해 공감해 주었다. 매시간 집중해서 공부를 가르치는 대신 쓸데없는 농담도 재미있는 이야기도 가끔 들려주었더니 오히려 수업 시간 집중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마음에 벽이 있었던 아이들, 혹은 문제 아이라 불리던 아이들도 조금씩 내게 마음을 열고 웃기도 했다. 문제행동을 보일 때 왜 그랬니? 그러지 마라. 또 그러면 앞으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라며 무섭게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을 때 돌처럼 움직이지 않던 아이들에게 나는 사랑을 주었다. ‘선생님도 그런 적이 있어. 조금은 마음이 풀렸니? 엄마가 많이 걱정하시더라. 선생님도 그랬고. 힘들겠지만 조금 더 노력해 볼까? 원래 잘하잖아체구가 나보다 훨씬 큰 남자아이들도 진심 어린 사랑과 공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백 마디의 혼내는 말보다 한마디의 사랑이 담긴 말이 그 아이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그 뒤로 친한 몇 명 선생님들은 나를 문제 아이 전문 선생님이라며 웃어 보이시기도 했다.

사랑이 통하지 않은 게 있었던가? 예전에, 뉴스에서 칼을 들고 위협하는 시민에게 경찰이 무기로 대응하는 대신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덥석 안아주었던 기사를 보았다. 시민은 바로 칼을 떨어뜨리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이제 완벽히도 사랑을 믿는다. 하물며 아이를 가르치는 교육 현장에서는 더욱더 그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나는 지난해 마지막 수업하던 날, 내 교육 경력 중 처음으로 아이들 앞에서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사랑으로 진심을 다했기에 나는 후회도 없고 당당하다. 몇 번의 수업에 게으르기도 했고 대충하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다. 진심으로 사랑한 내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