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호/사회탑] 꾸준히 증가하는 데이트 폭력 …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은 언제쯤?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명문대 의대생이 사귀던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데이트 폭력’이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살인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495호 사회면에서는 데이트 폭력과 관련하여 자세히 다루어 보고자 한다.
◇ 잇따른 데이트 폭력 강력범죄 … 데이트 폭력 3년 새 55.7% 증가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명문대 의대생 최모 씨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해당 사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3월과 4월, 화성과 거제에서도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몇 달 사이 연속으로 교제하던 관계에서 비롯된 강력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현재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란 연인을 폭행하는 등의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 외에도, 데이트 폭력은 ▲일정을 통제하고 간섭 ▲위협을 느낄 정도로 소리 지르기 ▲데이트 비용 청구 등 지불 강요 ▲원하지 않는 스킨십 등 폭언·폭행과 통제나 경제적 요소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근에는 연인 간에 이뤄지는 폭력·살인 등은 공권력이 개입해야 하는 범죄임에도, ‘데이트’라는 단어가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한다는 우려점을 들어 ‘교제 폭력’이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한 피의자 수가 2020년 8,951명에서 2023년 13,939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이는 2020년 대비 55.7% 증가한 수치이다. 관련 신고는 ▲2020년 49,225건 ▲2021년 57,305건 ▲2022년 70,790건으로 점차 증가하다가 ▲2023년 77,150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구속은 2.22% 수준에 불과, 낮은 구속률의 이유는?
데이트 폭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데이트 폭력으로 구속된 건수는 지난해 기준 피의자 1만 3,939명 중 310명으로 2.22% 수준에 불과했다. 경찰에 신변 위협을 느껴 신고하여도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경우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가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즉,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여도 이에 명확히 적용할 만한 법안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가정폭력범죄 처벌법 ▲스토킹 범죄 처벌법 ▲여성 폭력 방지 기본법 등 폭력과 관련된 법을 살펴보면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또한 데이트 폭력의 또 다른 맹점은 일반 폭력과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친밀감, 보복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더 이상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맹점 때문에, 데이트 폭력은 사적으로 합의하면 된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재범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강력범죄에 한해서라도 반의사불벌죄를 금지하는 등 교제 폭력 처벌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이러한 사법적 보호망의 부재로 신고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 데이트 폭력 관련 법안 수년째 국회 계류·폐기 … 교제 관계 범위 규정 어려워
데이트 폭력과 보복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회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률 제·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되거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데이트 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이 발의된 이후로 21대까지 총 8건 발의되었으나,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교제 관계의 범위가 법적으로 불명확하며, 불륜과 동성 간 교제나 제삼자 이상의 교제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에 대한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4년 여성 폭력 방지법 제정 이후 피해자보호 범위를 확대하여,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 폭력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모두 해당 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10년대 초반부터 배우자폭력방지법의 적용 대상을 ‘주거지를 공유하는 교제 관계’로 확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치안 총책임자로서 현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였다. 윤 경찰청장은 “데이트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위해 사회 전체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하며, 법·제도 측면에서 지금보다 진보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