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호/사무사] 있는 그대로의 나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베블런은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유한계급에 속하는 사람은 값비싼 물건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과시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고 얘기했다. 대중사회에서는 누가 더 잘 사는지 알 수 없기에, 사람들은 자신을 알리려 과시적 소비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1899년에 출간한 책이다. 하지만 약 100년 이상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과시적 소비를 멈추지 않는 듯하다.
사람들의 과시적 소비가 지속된다고 느낀 계기는 현재 만연하게 퍼지고 있는 ‘SNS 허세 문화’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과 같이 사진을 활용하는 SNS 이용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SNS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발휘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자신의 재력과 경험, 직업 등을 거짓으로 꾸며내거나 과장하는 등 일종의 ‘SNS 허세 문화’가 빈번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명품을 사거나, 자신의 상황을 과장되게 왜곡하여 SNS에 게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상황이나 위치를 과시하고자 한다.
허세(虛勢), 실속 없이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를 말한다. 즉, 겉으로만 뭔가 있어 보이거나, 멋있어 보이려는 척을 하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부족한 부분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로 허세를 부리곤 한다. SNS에서 실제 자신과는 다른 내용의 사진을 올리며 허세를 부리는 것 역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숨기며 과시하기 위함이 아닐까 짐작한다.
영화 <원더>의 주인공인 '어기'는 안면기형장애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하지만 결말에서 '어기'는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헬멧을 벗고 세상에 나온 어기는 졸업식 날 재학생 대표로 모범상을 받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속 ‘어기’의 삶처럼,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그저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심하게 의식한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남에게 보이는 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나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고민한다. 수업 시간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여 질문할 때는 쉬는 시간에 따로 질문을 드린다. 하지만 정작 타인은 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사례로 매번 입고 가던 옷을 보고 새로 옷을 샀냐고 나에게 묻거나, 스마트폰을 변경해도 내가 알려주기 전까지 모르는 상황처럼 말이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봤을 때, 나 역시도 타인에게 그렇게 큰 관심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자존감(自尊感)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뜻한다. 나에게 큰 관심이 없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 ‘남에게 보이는 나’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힘들고 지칠 때, 깊은 곳까지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보이는’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