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호/사무사] 몰입(沒入) :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나는 5일간 초등교육과 참관 실습을 다녀왔다.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장 수업을 보며 아이들과 직접 소통한 경험들은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많은 부분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들이 무언가에 집중하던 모습이다. 예를 들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들이 자신이 관심 있던 주제가 나오거나, 신체를 사용하는 활동이 진행되면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집중을 보이는 상황은 다양했다. 어떤 아이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해 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말이다. 일 분의 쉴 틈도 없이 떠들고 움직이며 에너지를 표출하는 어린아이들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지며 한 곳에만 집중하고 몰입(沒入)하는 모습이 신기하였던 것 같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은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몰입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게 해 주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심취한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라고 얘기한다. 즉, 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과 방해물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어느 한 곳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몰입하던 모습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던 건, 나와는 대비되는 아이들의 모습 때문인 듯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최근에 나는 어떤 것에 단단히 ‘몰입’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정해져 있는 시간표의 수업을 들으러 가고, 주어진 과제를 하며 반복적인 시간을 보냈다.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관심을 가지려 하지도 않았다. 흥미가 가는 것도 없고,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집중력도 오래가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그저 주어진 시간을 수동적으로 보내는 나와 달리, 적극적으로 몰입해 나갔으니 말이다.
내가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에게 분명한 목표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2학년을 재학 중인 나에게 ‘임용고시’라는 목표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이 장기적인 목표가, 내가 최근 어떠한 일에도 몰입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목표를 더욱 분명하게 설정하고자 한다. 이번 참관 실습 때, 하루는 담임선생님께서 과제를 내주셨다. 수업 시간 중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방과후 시간에 해당 내용을 얘기하는 과제였다. 평소에는 아이들을 관찰할 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보았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동 특성이 어떤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관찰하니, 기존에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습관이 보이고 참관 시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념통천(一念通天), 한결같은 의지와 목표에 대한 깊은 몰입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음을 말한다. 지금은 장기적인 목표가 멀고 따분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의지를 가지고 그 속에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한다면, 힘들게만 느껴지는 이 시간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분명한 목표 설정을 통해 우리도 무언가에 흠뻑 빠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