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호/독자의시선] 학교냐 학과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도현(초등·23) 학우
대학교 원서접수 철이 되면 학생들은 고민에 빠진다. 학교를 높이자니 과가 마음에 들지 않고 원하는 학과에 가자니 학교가 아쉽고 한마디로 계륵이다. 학과보다 학교를 선택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군대에서 수능을 보고 학교를 옮긴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학교를 선택한 ‘나’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하기도 했고 재수 학원에 다닐 때 역사 강사님의 화려한 입담과 해박한 역사 지식에 반해 고려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하여 역사 1타 강사가 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재수 결과 첫 수능에 비해 성적은 많이 올랐지만, 고려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할 만한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학교 역사교육과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성적이 남는 게 싫어 내 성적에 딱 맞는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에 입학했다. 공공인재학부에서는 법과 행정을 배웠는데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1년을 마치고 입대하였다.
군대에서 수능 준비
훈련소가 끝나고 운 좋게 행정병이 되어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있었다.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수능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전역하고 나서 재미없는 행정학과 법학을 3년 더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일과시간에는 짬짬이 영어단어를 외웠고 일과가 끝나면 매일 독서실로 가서 공부하였다. 남들 다 놀 때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독서실 자리를 지켰다.
대망의 수능
선·후임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능을 보러 갔다. 돌아갈 학교가 있었기 때문일까? 많이 떨리지는 않았고 무사히 시험을 마쳤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군 생활과 수능 모두를 잡은 것 같아 감사했다. 군대에서 준비한 수능은 고려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점수였다. 그래서 안전하게 서강대 인문계열을 넣었지만, 그 당시 이과 학생들의 무자비한 교차지원으로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서강대도 떨어지고. 고려대도 떨어졌다. 군대에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나 싶었지만, 대학교 추가모집에서 교원대 초등교육과를 붙게 되었고 역사교육과를 복수전공 하자는 생각으로 입학하여 현재까지 잘 다니고 있다.
학교 vs 학과
학교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본인의 적성과 흥미를 아는 학생이라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학에서 4년을 배울 학문인데 흥미도 없는 학문을 4년간 배운다는 건 생각보다 꽤 큰 고역이다. 내 경험이 도움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