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호/교수의 서재] 판타지를 통해 나와 다른 누군가, 무언가를 이해해 보다
어렸을 때는 분야 가리지 않고 인문학부터 과학까지 다양한 책을 접하고 읽었는데, 지금은 현실에 치여 전공책 보기 바빠 어느 순간 ‘공상’과는 거리가 멀어져가고 있다. 또한 사회가 바라는 ‘어른’에 맞춰 철없는 공상보다는 현실적이고 냉철한 생각만을 해야 한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철없는 공상은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해 주고 같은 상황이어도 더 재미있게, 더 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다. 이번 492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바퀴벌레로 변신’이라는 엄청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책 <변신>을 통해 교육정책학과 이재진 교수님과 함께 판타지 속으로 빠져보자.
Q1. 교수님께서 학부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저는 학부 시절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중 ≪변신≫이라는 책을 읽고 카프카의 소설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변신이라는 소설은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단편 소설입니다. 그레고르 잠자는 방에 갇혀서 가족이 챙겨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은 상처가 악화되어 다소 황당하게 생을 마감하고, 가족은 그를 버리고 이사를 하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읽게 되셨나요?
저는 카프카의 변신을 책으로 먼저 읽기보다는 오디오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2~30년 전에는 카세트테이프의 형태로 오디오북을 판매하였는데, 전축(예전에는 오디오를 전축이라고 했음)을 구매하며 딸려 온 오디오북에 카프카의 변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듣게 되고 난 후에 책으로 읽기도 하고, 독일어 소설 강독 시간에 읽어보기도 하였습니다.
Q3.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카프카 소설을 읽으며 독일 작가들의 세심한 내면 묘사나 개인적 경험의 소설적 묘사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 상태와 생각을 긴 호흡으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특히, 글을 많이 써야 하는 인문 사회학도로서 이러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카프카는 세상에 경험해 보지도 않은 일을 그레고르 잠자라는 주인공의 경험을 통해 훌륭히 묘사하였다는 점에서 정말 배울 것이 많았습니다.
Q4.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변신을 읽고 난 그 시기에 가끔 저녁에 잠을 잘 때면 ‘내일 아침에 내가 뭔가로 변해있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구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Q5. 이 책을 추천해 준다면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이 책을 상상력을 키우거나, 판타지를 즐기고 싶은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갑충으로의 변신이라는 주제는 책의 초반부터 엄청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책을 읽으며 주인공의 상황에 흠뻑 빠지게 만듭니다. 저 역시 한밤에 누워서 처음 오디오북으로 변신의 내용을 듣다가, 내 몸이 굼벵이처럼 되었나 싶어서 몸을 뒤척이고 피식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저는 다독을 하지는 못하는 스타일이지만, 한번 책을 읽으면 내용에 깊이 빠지고 판타지를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의 내용도 교육용 게임에서 판타지의 효과를 분석하는 논문을 쓰기도 했고요. 변신은 아마도 여러분들에게 이러한 판타지를 제공해 주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변신은 짧은 소설이라서 비교적 빨리 읽을 수 있으면서도 해석의 여지가 많은 메타포가 있어 상상하며 책 읽기에 좋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기가 어려운 분들은 유튜브 오디오북을 활용해 읽기도 가능하니 먼저 오디오북을 활용해 본 이후 책을 사서 보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