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호] 우리학교 학과 내 장기자랑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점점 지양하는 추세지만 강제성에 대한 부분은 과제로 남아
매년 이맘때쯤 항상 대학 내에서 학우들에 입에 오르내리는 화두는 바로 신입생들의 장기자랑이다. 각 학과의 행사가 3월에 몰려있는 만큼 대부분의 장기자랑이 이 때 이뤄지고 그에 따라 신입생들의 부담은 가중된다. 우리학교에서는 과연 어떤 식으로 장기자랑이 이뤄지고 있는지, 학우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학과 내 장기자랑
우리학교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에는 총 291명(1학년 98명, 2학년 103명, 3학년 70명, 4학년 20명)이 참여했다. ‘귀하는 대학에 들어와 장기자랑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학우가 239명, ‘아니요’라고 대답한 사람이 52명으로 나타났다. 80%에 해당하는 거의 대부분의 학우들이 우리학교에 입학해 장기자랑을 해 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학년별 응답 결과에서 보였다. 2,3,4학년의 경우 위의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 학우가 3명, 0명, 0명으로 극소수인 것에 반해 1학년의 경우 장기자랑을 경험한 학우와 그렇지 않은 학우가 각각 절반씩(4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소위 ‘꼰대 문화’를 꼬집으며 이를 줄여가자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우리학교에도 반영돼 신입생 장기자랑 문화가 지양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 각종 과 행사에서 주로 진행되고 유형으로는 ‘춤’이 가장 많아
장기자랑을 해 봤다는 학우들에게 던진 ‘학과 내 무슨 행사 때였습니까?’라는 복수 응답이 가능했던 질문에는 ‘MT(154명)’가 가장 많았고, ‘새내기 미리배움터(137명)’, ‘대면식(117명)’이 그 뒤를 이었다. 초등과를 제외한 모든 과에서 진행되는 ‘신입생·복학생 환영회(36명)’에서 장기자랑을 했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또한 ‘교수와 만나는 자리’에 응답한 학우도 21명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초등교육과 이남재 교수와의 만남 자리에서 장기자랑을 했었다는 익명의 한 학우는 “긴 장기자랑은 아니었지만 교수님이 시키시니 같은 학생들 앞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당황스러웠다”며 “당시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기자랑의 유형을 살펴보면 ‘춤(208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래(85명)’, ‘여장/남장(36명)’, ‘성대보사(33명)’, ‘애교(28명)’, ‘악기 연주(5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기타(37명)’로는 연극, 콩트, 개그, 동영상 제작 등이 있었다.
◇ 학우 대부분이 장기자랑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우리학교의 장기자랑 문화(대학의 학과 내에서 신입생 또는 저학년이 선배, 교수 등 연장자에게 춤, 노래와 같은 자신의 개인기를 내보이는 상황, 분위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학우가 52명(18%),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194명(67%), ‘잘 모르겠다’ 45명(15%)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3 가량이 장기자랑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친목도모의 계기’가 52명, ‘선후배간 위계질서 확립’이 3명으로 집계됐다. “위계질서에 적응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동기들과 다함께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해 보다 빨리 알아갈 수 있었고 협동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시키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춤, 노래와 같은 장기자랑 준비를 통해 자신의 끼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와 같은 의견들이 있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과도한 부담, 스트레스’가 184명, ‘위계 확립’이 81명으로 나타났다.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장기자랑에 많은 학우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학우들은 “후배들이 과연 선배들의 무엇을 위항 장기자랑을 하는지 의문이다. 선배들의 재미와 웃음거리를 위해서라면 후배들에게는 비인격적인 상황이며 선배들과의 관계나 위계질서 확립이라 할지라도 장기자랑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전통이라는 명목 아래 행해지는 비합리적인 행사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자랑은 완전한 자발적 의사에 의해 참여해야 하는 것이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등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장기자랑 참여 강요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등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 각 학과 자체적으로 고심해봐야 할 문제
장기자랑 경험이 있다는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자랑은 본인의 참여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되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네’라고 응답한 학우가 198명(83%), ‘아니요’는 41명(17%)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학우가 강제적으로 장기자랑에 참여한 것이다.
익명의 한 학과장은 이와 같은 장기자랑 문화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장기자랑 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장기자랑을 시켜 놓고서는 그들의 장기자랑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마음에 들 때까지 재도전을 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떤 방안이 개선, 해결에 적합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장기자랑을 보여 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새내기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고, 하기 싫어하는 이는 당연히 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본인의 학과에서는 2014년 2학기 종강총회에서 장기자랑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평소에 학우들 간에 새내기 장기자랑에 대한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있었고 매년 자율적이고 수용적인 분위기로 개선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