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호/오늘의 청람] 김종우 한국교원대학교 제11대 총장을 만나다

2024-02-12     최슬기 기자

2020327일 불어교육과 김종우 교수가 우리학교 제11대 총장으로 임명된 후 4년이 흘렀다. 김종우 총장은 올해 3월까지 총장직을 수행한다. 김종우 총장은 올해 임기를 마무리하면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우리학교 교수로서의 소임을 다할 예정이다. 이에, 이번호 오늘의 청람에서는 4년간 총장으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김종우 총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김종우 총장/ 최슬기 기자 제공)

 

Q1. 지난 4년간의 총장 임기를 마치게 된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4년 전 2020327일 코로나가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이에 자리해 가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한국교원대학교 제11대 총장으로 우리 대학 경영의 총책임자가 되었습니다. 2년은 코로나 관리로 정신없이 보내야 했고, 다음 2년은 코로나의 여진 속에서 미뤄두었거나 새롭게 생겨난 여러 일로 정신이 없이 지냈습니다.

하루하루 발등의 불을 끄는 심정으로 보내다 보니 4년 세월이 말 그대로 찰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년을 전체로 놓고 보면 순식간에 지나버린 느낌이지만, 임기 중에 있었던 여러 일을 한 장면 한 장면 떠올려 보면 수십 년 전 학창 시절의 기억만큼이나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시대 상황이 워낙 복잡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가 잇따르고 있어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지난 4년 함께 걸어오면서 최선을 다했기에 홀가분한 심정입니다.

 

Q2. 총장님께서 임기 동안 여러 성과를 이루어 내시면서 개인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끼셨거나,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문학자로서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특히 20세기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실존주의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보는데, 인간의 삶에서 실천적 행동의 중요성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여러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겠지만, 제가 총장직을 수행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었던 말이었습니다.

시시포스가 순간순간 온 힘을 다해 산꼭대기로 바윗돌을 굴려 올리듯, 모두가 어려운 이 시대에 관념적인 사유보다는 우리 대학이 한국 교육의 중심으로서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해 우선 고민하려 했습니다. 우리 대학은 사회가 부여한 우수한 교원의 양성과 연수라는 사명을 잘 감당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런 핵심 사업을 넘어 우리 대학이 수행할 기능과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걸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일을 했습니다.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사회의 개선을 위해서는 이런 실천적 사유와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 게 개인적인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3. 총장님께서 임기를 마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건 종합교원양성대학으로서 우리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43)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종합교원양성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했는데, 그 유일한 대학이 우리 대학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은 교원의 양성과 연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모든 교육을 선도할 교육전문가를 양성하는 쪽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취임하기 직전에 코로나가 발발한 겁니다. 돌이켜 보면, 전반기에 제가 감당했던 대부분의 일이 코로나 관리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임기의 절반 이상을 코로나 관리로 보내면서 총장이 되기 전부터 생각해 오던 여러 생각을 제대로 실행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라도 김종우 총장하면 코로나 총장이라고 기억할 텐데,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참 열심히 했던) 총장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4.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중점을 두셨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여러 이유로 학생회 구성이 번번이 무산되다가, 제 임기 동안인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다행스럽게도 학생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총장으로서 4년의 임기 전체를, 선거를 통해 구성된 학생회와 함께 학교의 여러 일을 상의할 수 있었던 건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2020년 취임 직후 코로나 때문에 선거 무산을 걱정하는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학생회장 선거에 온라인 투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사실 학생회장 선거가 온라인 투표로 치러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요.

대학의 핵심 구성원인 학생들의 대표기구는 총장이 대학을 운영하는 데 아주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틈나는 대로 학생회 임원진과 직접 만나려고 했습니다. 코로나로 학사운영이 원활하지 못했던 전반기에 코로나와 싸울 때는 학생회와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협의했습니다. 학생 복지와 관련한 학생회의 요구는 다른 사업에 우선하여 수용해 줄 것을 학생지원과와 재무과에 계속 당부했습니다. 대학이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보았습니다.

학생회와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2023년 오송역과 우리 대학을 연결하는 518번 시내버스 노선 개통은 학생회와의 소통이 없었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것입니다. 당시 총학생회장이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제게 열린 총장님과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사실 총장인 제가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나중엔 연구실로 초대해 주시면 못 나눈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봄에 연구실로 돌아가면 전·현 학생회장단과 만나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Q5. 총장님께서는 앞으로 우리 학교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기를 바라시나요?

우리 사회 전반을 위협할 저출산과 디지털화의 여파로 교원의 양성과 연수, 나아가서 교육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됩니다. 최근 들어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서 우리 대학에 부여된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할 수 있는 위상을 확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원양성체제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 개편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교원양성과 연수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교원양성대학 통합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안으로는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교육과정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AI 디지털 교육 기초학력부진 학생 교육 심리상담 교육 다문화 및 국제화 이해 교육 기후 위기 및 생태환경 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영유아 교육, 초등 교육, 중등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교육과정 개발도 주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학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범적인 종합교원양성대학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합니다.

 

Q6. 총장님께서는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서 어떠한 가치를 중심에 두고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인간은 삶을 영위하면서 매 순간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학 사회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는 대학 구성원들과 선택권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총장은 일반 구성원이 접하지 못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접하고 이를 해석하면서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해석의 과정에 주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했습니다. 선택의 순간에 여러 가지 기준이 작동하지만, 저는 교원의 양성과 연수를 핵심으로 하면서도 우리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가 하는 걸 두 가지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4년간 저를 응원해 주시고 함께 모든 것을 일구어낸 우리 구성원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었을 텐데도 부족한 총장을 믿고 힘을 보태면서 제법 먼 길을 함께 해주신 점에 대해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우리 모두 한국교원대학교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연대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우리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 전반에 불어닥치고 있는 어려움과 교원의 양성과 연수라는 특수목적대학으로서 감당해야 할 어려움을 이중으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이런 어려움은 우리 구성원 모두의 것이고, 이를 타개해야 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무슨 생각을 하든지 한국교원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삶을 일구어 가면서도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으로서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강한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멀리 보고 함께 걸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