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호/기자칼럼] 아름답게 꽃 피울 우리들의 결실(結實), 성장력

2024-02-13     이예린 기자

2023년 겨울, 강원도 인제의 한 마을에서 4명의 출연진이 작물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하 콩콩팥팥)’라는 코믹 다큐가 방송되었다. 출연진들은 너무나도 작게 자라나 냄새를 통해 깻잎임을 알아차렸던 지난날과는 달리 이후에는 깻잎을 가슴 높이까지 자라나도록 길러내고, 직접 키운 배추로 김장도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들도 초보 농사꾼에 불과했다. 농약을 쓰지 않아 벌레가 깻잎을 다 먹어버리기도, 뜨거운 여름 볕에 작물들이 타죽기도 했으며, 잡초가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는 등의 고초를 겪기도 했다. 농사의 자도 모르는 이들이 그저 땅이 생긴다면 어떻게 농사의 세계로 들어가는지를 관찰한 것이다.

촬영을 마치며 그들이 지난 시간을 다시 돌아보며 웃을 수 있던 것은 인제의 한 마을에서 쑥쑥 자라났던 것이 이들이 수확하던 작물들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물들과 함께 이것들을 기르던 초보 농사꾼들도 성장했다. 이들은 밭에서 농작물들을 직접 기르며 어디서 씨앗을 사야 하고, 어떻게 심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이들이 죽지 않고 잘 자라날 수 있는지까지 작물들을 길러내는 모든 과정에서 작물들을 통해 새롭게 배웠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아니 매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새로운 상황에 대해 이전까지는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호기롭게 도전하거나 혹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선택을 한다. 도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가 내딛는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른 채 그저 앞으로만 나아간다는 것과 같게 느껴질 것이다. 마치 옆은 보지 못한 채로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콩콩팥팥> 출연진들에게는 농사가 그랬을 것이고, 나에게도 이런 일은 항상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한 발짝만 내디디면, 우리에게는 손을 내밀어 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농사를 어려워하는 <콩콩팥팥> 출연진들에게 장비를 내어주고, 직접 살펴주기도 하며 도움을 줬던 인제마을 사람들처럼 우리에게는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불확실하지만 설레기도 할 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을 것이고, 지금까지의 시간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끔 하는 강장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언제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교사라는 꿈을 꿔왔다. ‘교사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스스로 성장하며 닦아 놓은 길을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 임무를 가졌다. 즉 결과적인 성공보다도 함께하는 이들 모두의 끝없는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원한다. 이러한 이유가 바로 내가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키워왔던 가장 큰 이유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도울 수 있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직업이란 그 자체로 위대하지 않은가?

그렇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오랜 꿈이었던 교사가 되기 위해 나는 지금 준비 중이다. 그 길 위에서 한국교원대학교에 입학했고, ‘한국교원대신문소속 기자가 되었다. 그 순간순간들이 모두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후회하고 머무르기보다는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내가 이 순간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진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혹여 뚜렷한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옆에서 함께 활기와 응원을 불어넣어 준 사람들과 함께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면 그 자체로 성장한 것이고 결국은 이게 바로 성공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또 어떤 막막한 상황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일이 앞을 막아설지도 모른다. 고된 그 과정을 버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그 과정을 즐기며 그 과정에서 얻어낼 수 있는 성취에 빠져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친구들, 동기들, 나의 소중한 가족들뿐만 아니라 내 주변 모든 이들과 함께 우리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성장은 고된 과정이지만, 우리가 나아가는 길목에는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말고 먼 훗날 아름답게 꽃 피울 우리의 결실을 기대하며 지금, 이 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