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호/교수의 서재] 실패에도 위대한 실패가 있다는 것

2024-02-13     한고은 기자
(기술교육과 이경택 교수 / 이경택 교수 제공)

우리는 사회에 진출하여 각자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고자, 성공하고자 우리는 힘껏 달려 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원래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경우 실패했다고 말한다. 일을 그르쳐 원래 뜻한 대로 되지 못한 것. 하지만 실패에도 위대한 실패가 있다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이번 489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는 용기와 능력을 보여줬던 섀클턴의 이야기를 기술교육과 이경택 교수의 이야기와 함께 들어보려 한다.

Q1. 교수님께서 대학원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알프레드 랜싱이 쓴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입니다. 이 책은 1910년대 탐험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위대한 탐험가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책은 섀클턴과 27명의 대원이 537일 동안 생존의 한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한의 상황을 돌파하여 종국에는 탐험대 전원이 생환한 내용을 담았으며,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과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탐험대 대장인 섀클턴의 탁월한 지도력과 헌신, 대원들끼리의 동료애로 극한의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 그리고 남극점 도달이라는 원래의 목표를 포기한 뒤 생존과 귀환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모습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님에도 박진감 넘치는 내용과 상황 묘사를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긴박감과 스릴이 가득한 잘 짜인 한 편의 모험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Q2. 교수님께서는 이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오래전 일이라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만, 한때 독서를 취미라고 우기며 굳이 책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도 틈만 나면 서점을 들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 외모와 다르게 SF 모험소설 탐험 고고학 역사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서점에서 이 책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그러한 연유로 접하게 된 책들은 여러 번 반복하여 읽게 되었고, 지인들에게 읽히려는 하려는 욕심에 여러 번 같은 책을 구입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기억나는 다른 책을 소개한다면, 포리스터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들 수 있습니다.

 Q3.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목표가 정해지면 노력을 통해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깊은 좌절감과 패배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남극점 도달이라는 원래의 목표가 좌절되자 실망 속에서도 생존과 귀환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해서 끊임없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목표를 포기할 줄 아는 용기, 좌절감을 새로운 목표로 돌리는 능력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Q4. 이 책을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4년 동안 교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식힐 겸, 잠시 틈을 내어서 한 편의 모험소설을 접하는 기분을 느끼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목표로 한 결과를 빨리 얻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말라는 교과서적인 교훈보다, 목표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목표가 갖는 의미가 달라지면 목표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섀클턴의 행동을 보면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Q5. 마지막으로 이 책과 관련하여 20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임용과 관련된 전공 서적을 많이 접하지만, 각종 교양서적을 가까이하기엔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들이 나중에 교사가 되었을 때 학생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려면, 교과 공부와 관련 없는 책도 많이 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문센, 피어리, 스콧과 같이 탐험 시대의 영웅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만, 위대한 실패자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실패도 위대할 수 있다! 위대한 실패도 있다! 23등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