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호] 잘못 꿰어진 ‘안전불감증’
경주 리조트 붕괴 사건
발행: 2014. 02. 24.
지난 17일 오후, 코오롱 계열사가 운영하는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 강당에서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하던 도중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115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은 최근 쏟아진 폭설이 건물 지붕을 짓누른 것으로 꼽혔으나 속속들이 밝혀지는 여러 국면들을 보면 이 사태를 마냥 천재(天災)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현장에서, 벽면과 천장에 설치하여 건축 자재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H빔이 휘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어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었고 리조트 직원들이 미리 제설 작업을 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또한 사건 당시 현장에 직원이 한 명도 없었던 점과, 부산외대 총학생회가 뒤늦게 장소를 바꾼 점 역시 주시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사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적인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다. 사고의 2차적 원인으로 제기되는 부실공사나 업무태만, 확실한 예비조사 없이 행한 총학생회의 장소 변경 등은 모두 과업을 행하는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여 벌어진 일이다. 또한, 그 행보에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는 정부와 기업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불감이 더욱 심했다. 먼저, 정부는 눈에 보이는 사실으로만 사태를 판단하려 들었다. 19일, 이재율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장이 사건을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답시고 꺼낸 이야기는 ‘학생회 단독으로 진행하는 OT 폐지를 검토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사태의 핵심 원인은 저 멀리 던져놓고 엉뚱한 데 불똥을 튀긴 행태다. 이용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시설을 대여해준 탐욕스러운 기업이나, 이에 적절한 규제를 감행하지 않았던 정부의 안전불감증은 기어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낳았다.
뜨개질을 할 때, 코를 한 번 잘못 꿰었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 꿴 부분을 다시 풀어내고 그 부분부터 다시 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찮은 마음에 잘못 꿰어진 한 코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꿰어나간다면, ‘잘못 꿴 게 뭔 대수냐’ 라는 식으로 작은 실수를 용인한다면 결국 뜨개작품은 구멍이 뚫려 불완전한 물체가 된다. 사회와 안전불감증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안전불감증이 사회에 잘못 꿰어졌을 때 이를 묵인하고 살짝 깁는 식으로 눈가림한다면 이것은 언젠가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에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 사건은 ‘안전불감증’이라는 무섭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증세가 얼마나 폭넓게 퍼져 있는지, 또 사회에서 책임을 가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눈가림을 좋아하는지 잘 알려주는 예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미봉책으로 얼렁뚱땅 넘김으로써 지금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진 몰라도 훗날 반드시 그러한 행동들에 대해 책임을 물고 사죄해야 할 때가 찾아온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민종합안전대책에서 ‘붕괴사고’를 주요 21개 과제에 포함시키고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는 지침을 밝혔었다. 정부는,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대형사고들인 경주리조트 붕괴·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등의 원인이 지금까지 행해졌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미봉책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고 여타 정부기관들과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