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호/섹션] 찬 바람 불 때 생각나는, 겨울 간식의 모든 것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요즘 가장 생각나는 것은 입김을 불며 뜨거울 때 먹는 겨울 간식들이다. 겨울에는 적어도 3천 원씩은 현금을 챙겨 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사랑하는 대표 겨울 간식들이 있다. 이번 섹션에서는 겨울철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겨울철 대표 간식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나 역사, 그 모든 것들에 대하여 알아보자.
◇겨울 대표 간식 TOP 4 : 겨울 간식,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붕어빵 : 고급 음식이 되어가는 붕어빵
검은 무쇠 틀에 반죽을 붓고 단팥을 넣어 굽는 붕어빵은 겨울철 대표 길거리 간식이다. 요즘은 팥 외에도 슈크림, 피자 토핑 등을 넣은 다양한 붕어빵이 나와 항상 고민을 안겨준다. 그러나 서민 길거리 음식으로 알려진 붕어빵이 때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인은 가격 때문이다. 우리는 붕어빵 1개 = 1,000원 시대에 살고 있다. 붕어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붕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00원에 3개는 그나마 적당한 가격이고 1,000원에 1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 명동에서는 4개에 5,000원 붕어빵도 팔렸다고 한다. 이러한 붕어빵값 상승은 밀가루, 팥, 연료 등 세 가지 고물가 품목을 온몸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붕어빵의 주재료인 붉은팥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33%가량 올랐다. 밀가루 가격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45% 정도가 급등했다고 한다. 또 개인 인건비, 임대료 등 안 오른 비용이 없다 보니 붕어빵은 귀한 몸이 됐다. 주머니 속 1,000원 한 장으로 몸과 마음을 덥혀주던 붕어빵은 더 얇아진 ‘유리 지갑’으로 점차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군고구마 : 거리에서 사라지는 군고구마 장수
고구마는 식물성 섬유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 변비를 예방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칼륨도 풍부하여 혈압 상승의 원인인 나트륨 배출을 돕기도 한다. 비타민이 많아 우리 몸의 면역까지 높여주는 일등 간식이다. 굽거나 찌거나 튀겨서 맛탕을 하거나 전을 부치거나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는 고구마. 그중 제일은 군고구마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과거 거리에서 쉽게 마주쳤던 군고구마 장수는 이제 거의 볼 수 없다. 추운 겨울 별미로 인식하던 '길거리 군고구마'는 이제 대형마트 출입구에 설치된 군고구마를 굽는 기계에서나 만나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고구마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산물유통정보 등에 따르면 고구마 가격은 최근 5년간 계속 오르고 있다.
고구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해마다 줄어드는 생산량과 연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구마 생산량은 1990년 약 43만t에 달했다. 그러다 2018년 약 30만t까지 감소해 4분의 1 가까이 줄었다. 그 이후에도 201년 34t, 소폭 상승했으나 40만t을 넘지 못하는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군고구마 장사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군고구마 장사는 고구마를 구울 수 있는 기계 등 설치비용과 인건비 등이 투입된다. 군고구마 리어카는 3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또 LPG 가스는 3만 원 선에 구매해야 한다. 수십만 원을 들여 노동력을 투입하고 장사를 해도 매해 오르는 ▲인건비 ▲고구마 가격으로 인해 소위 '길거리 군고구마 장사 사업'은 위험부담이 큰 사업군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호떡 : 호떡이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라고?
우리학교 근처 탑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바삭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겨울철 대표 간식 호떡이다. 찹쌀 반죽에 설탕, 계피, 견과류, 잡채 등을 넣어 속을 채우고 기름에 튀기듯 구워 내, 달고 고소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흑설탕만 들어가는 호떡 외에도 ▲잡채 호떡 ▲씨앗 호떡 ▲아이스크림 호떡까지 다양한 종류의 호떡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호떡을 먹기 시작했을까? 일단 호떡에 붙은 “호”는 호빵 앞에 붙은 “호”와는 다르다. 빵에 붙은 “호”야 말로 ‘호호 불어서 먹는다’는 뜻의 의성어 “호”이다. 호떡과는 다른 계열이다. 그럼 호떡 앞에 붙은 “호”는 무슨 뜻일까? 놀랍게도 이것은 한자이다. 바로 오랑캐 호(胡)를 의미한다. 호떡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즐겨 먹던 소병이라는 음식이 유래하다는 설이 유력하다. 대부분의 ‘썰’에서는 1880년대 말 임오군란으로 조선 땅을 밟은 청군과 함께 들어온 음식으로 이야기한다. 이때 함께 들어온 중국 노동자들과 함께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비록 소병은 원래 속에 고기나 야채가 들어갔었지만, 한국의 트렌드에 맞춰 달콤한 것들로 속을 채웠다고 한다.
어묵 : 한국전쟁 이후 대중화된 어묵
대표적인 서민 길거리 음식 어묵꼬치는 사계절 모두 먹기는 하지만 겨울에 더 빛이 난다. 오뎅이라고 불러야 더 맛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묵으로 쓰는 게 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에 김이 솔솔 나는 어묵을 만나면 지나칠 수 없다. 각종 해산물, 야채 등으로 긴 시간 우려낸 따뜻한 국물에 푹 익은 어묵 한 입이면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면서 추위를 날려 버린다.
한국에서는 이미 17세기부터 왜관에서 어묵을 먹어왔던 것으로 보이나, 본격적으로 전해 내려온 것은 20세기 초엽 일제강점기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생선숙편, 생선문주라 불리는 어묵 요리 자체는 존재했지만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갔던지라 그리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또한 그 형태도 21세기 현대에 한국에서 널리 소비하는 어묵은 확실히 일본 방식인데 이것이 전국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는 얘기이다. 이후 한국전쟁기 이후부터 값싸고 영양가 높은 어묵이 길거리 음식으로 대중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