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호/교수의 서재] 책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접하다

2023-11-27     최슬기 기자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모두가 바쁘게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끔 뒤를 돌아보면, 잠깐 쉬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때는 잠깐 멈추어 이제껏 당연하게 바라보았던 세상을 천천히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은 우리가 바라본 세상 이외의 또 다른 세상을 접하도록 도와주며 휴식할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지구과학교육과 김태환 교수의 대학원생 시절, 김태환 교수에게 휴식처가 되었던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김태환 교수가 추천한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도서가 독자들 마음속에 큰 울림이 있기를 바란다.

 

 

Q1. 교수님께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계기로 읽게 되셨나요?

제가 대학원생 시절에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하려고 해요. 책 제목은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입니다. 2017년도에 출판되었던 책으로 카오스 사이언스라는 강연의 여러 주제를 엮은 도서이고, 제 전공과 관련된 책이라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머릿속을 환기하고 싶었던 것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제 전공이 암석학인데, 그 외에 대기과학이나 해양학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저에게 휴식처 역할을 했죠. 이 책은 제가 지질학을 공부하다가 잠깐 쉬어가고 싶을 때 틈틈이 읽은 기억이 납니다.

Q2. 교수님께서 추천하신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이 책에는 평소에 당연하게 살아왔던 주변 환경들에 의문을 가지게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소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한반도 땅덩어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내용이나,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분리되면서 동해가 열렸으며 지금은 다시 아주 천천히 닫히고 있다는 내용은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지만, 궁금할 수 있는 부분들이잖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강원도 고산지대에 넓게 분포하는 얕은 바다에서 쌓인 퇴적암에 삼엽충들이 매몰되어 화석으로 산출하는데, 이것들로부터 퇴적 시기(전기 고생대, 캄브리아기)를 알 수 있다는 내용과 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정말 많이 나와요. 또한, 알프스나 히말라야 조산대에 버금가는 대륙충돌대가 고생대 말부터 중생대 초(페름기-트라이아스기)에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한반도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지질학계에서 수십 년간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지요. 그 외에도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로는 눈덩이 지구라는 가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덩이 지구 가설은 적도를 포함한 지구 전체가 신원생대 시기에 얼음으로 뒤덮였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대륙 충돌 사건은 약 2억 년 전에 발생했는데, 지금 말씀드린 눈덩이 지구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는 약 6억 년에서 7억 년 전의 과거 지질시대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를 끌 만한 주제가 될 수 있겠죠.

또 다른 챕터를 소개해 드리면, 해양 환경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것도 있습니다. 최근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우리가 음식료를 통해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신용카드 한 장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혹자는 대류권, 숨 쉬는 공기 중에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건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가 밀리미터에서 마이크론로미터, 작게는 나노미터 단위이기 때문에, 인체에 미칠 영향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시대 이후로 급속하게 증가한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과거 지질시대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극지방이나 고산지대의 빙하를 수직으로 뚫어 채취한 후, 얼음에 갇혀있는 공기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알 수 있어 심각합니다. 그 외에도 지구의 기원, 심해저 탐사, 지진, 미세먼지, 공룡과 인류세 등 여러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Q3. 교수님께서 이 책을 읽으신 후,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은 지난 대학원생 시절에 다시 생각을 환기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뭔가 답답하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그것만 잡고 있으면 더 안 풀릴 수 있는데 제 전공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부담이 없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개운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 환경 문제에 훨씬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구과학 분야 중에서 지질학을 전공해서 대기나 해양 쪽에 관심이 큰 편이 아니었는데,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나 그로 인한 해양심층 순환의 셧다운 등과 같은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기존 전공 분야 이외의 분야들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많은 대중이, 우리학교 학생들이 환경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적 소양을 적절히 길러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자들은 개개인이 생각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사회 전체가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사회 대표자들의 생각에 반영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Q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문장이 있으신가요?

책의 내용과 집필 의도를 보여주는 머리말 첫 문단이 가장 충격적이라 인상에 남습니다.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이제 지구온난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을 걱정해야 할 판국입니다. 앞으로 500년 내로 생물 종의 2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95%의 생물이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보다 최소 100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를 인류세(또는 인간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인간이 지구의 생명체를 멸종시키고 있다는 반성인 셈이죠.”

저도 기성세대로 진입하는 입장으로써 지구의 아픔에 책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글귀입니다. 26천만 년에서 25천만 년 전, 약 천만년의 기간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 사건에 비해 산업화 시대 이후 인간이 초래한 변화는 기껏해야 수백 년간 일어난 일입니다. 지질시대를 이야기할 때 백만 년, 천만 년, 억 년이 감이 안 오신다면 대신 으로 바꿔 생각해 보세요. 천만 원과 천 원. 인간이 그야말로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생물종 위기, 여섯 번째 대멸종을 가져오는 데 걸린 기간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지질학적으로 찰나의 순간입니다.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으신가요?

이 책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과학 관련 전공 지식이 많이 없더라도 흥미로운 내용을 쉽게 잘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읽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에 관심이 생기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20대를 살아가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우리학교 학생들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제가 학부-대학원생일 때도 답답하고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현재의 행복을 즐기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던 것 같아요. 힘들면 조금 쉬어가고 내가 오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저는 매 순간순간 행복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가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인데요,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는 누구인지, 성격은 어떤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아직 젊으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