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호/재미있는과학이야기] 뜨거운 것이 좋아

2017-03-25     차기연 기자

  A와 B의 달리기 속도가 똑같다고 하자. 이 둘이 같은 목적지에 같은 길을 통해서 가고 있다. A는 100m 거리에서 달리기 시작하고, B는 35m 거리에서 달리기 시작한다. 둘 중 먼저 도착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A일 것이다. 이는 보편적으로 타당하다. 그렇다면, 100℃의 물과 35℃의 물을 냉장고에 넣었을 때 더 빨리 어는 것은 어느 쪽일까? 당연히 35℃의 물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편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100℃의 물이 더 빨리 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그런데, 또 얼핏 생각해 보면 물체가 뜨거울수록 열전도가 높다느니해서 그렇게 될 것도 같다. 이처럼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동시에 냉각시켰을 때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어는점에 도달하는 현상을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라 부른다. 음펨바 효과는 100℃의 물과 35℃의 물을 냉각시키며 비교할 때 관측될 확률이 가장 높다. 음펨바 효과의 이름은 이 현상에 대한 의문을 처음으로 과학계에 던져준 탄자니아의 16살 소년 음펨바(Erasto pemba)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1963년, 음펨바가 다니는 마감바 중학교에서는 설탕을 녹인 우유를 끓인 후에 다시 얼려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조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용액을 식힌 후에 냉장고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그 와중에 음펨바는 다른 아이들에게 냉장고의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용액이 채 식지 않은 채로 냉장고에 넣었다. 왜 당시 선생님이 용액을 꼭 식힌 후에 냉장고에 넣으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글마다 이야기가 다르다. 뜨거운 채로 넣으면 냉장고의 고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더 일찍 넣은 옆 사람의 아이스크림이 녹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됐든, 선생님의 그 명령 덕분에 마감바 중학교에서는 단 한 명의 음펨바만이 탄생할 수 있었으니 음펨바에게는 고마운 일이라 하겠다.
  음펨바는 왜 자신의 용액이 다른 아이들의 용액보다 먼저 응고했는지 궁금했다. 선생님께 질문을 던져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선생님은 되려 음펨바에게 윽박을 질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 대학의 물리학교수인 오스본(Dennis G. Osborne)이 마감바 중학교를 방문하고, 음펨바는 오스본 교수에게 앞서 언급한 이상 현상에 대해 질문한다. 질문을 받은 오스본 교수는 대학으로 돌아가 음펨바가 질문한 현상에 대해 실험을 거듭한 뒤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음펨바 효과’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발표한다. 
  현대 과학계에 음펨바 효과의 존재를 정식으로 알린 것은 음펨바였지만, 그 이전에도 여러 학자들은 이 이상 현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로저 베이컨, 데카르트도 이 현상을 알고 그 이유를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저서에 음펨바 효과로 보이는 듯한 서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고, 그다지 쓸모 있는 현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구태여 자세한 연구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음펨바 효과는 얼핏 단순한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음펨바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설명될 뿐이다. 영국왕립화학회에 서는 음펨바 효과의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는 사람에게 1천 파운드의 상금을 걸기도 했다. 탄자니아의 소년이 던진 작은 호기심 하나가 과학계에 풀리지않는 수수께끼를 남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