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호] ‘환경교과교육’…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삶의 질 위한 교육·인류 생존 위한 교육
“2012 세계보전총회”가 올 9월6일부터 15일까지 세계의 자연유산인 아름다운 제주에서 개최되었다. 국제 환경단체 연합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년마다 개최하는 이 총회는 환경과 관련된 단일행사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10여 일 동안 진행된 행사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약 1만 명의 사람들이 제주를 찾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의 동쪽에 위치한 우리나라, 그 중에서도 남쪽의 작은 섬 제주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각 국가의 행정 수반, 기업의 CEO, 각종 NGO 단체 회원, 여러 분야의 학자, 일반인 등 국적, 소속, 직업, 나이, 성별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이 왜 이 총회에 참석한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어떠한 미래를 꿈꾸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경제적으로 아무리 풍족하더라도 환경의 질이 저하되거나, 사회적인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인간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 작년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인류 전체가 두려움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태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은 인류가 과학기술의 힘을 맹신하고 자연환경을 배려하지 않았을 때 어떠한 결과가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인류가 얼마나 무기력한지도 절실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몇 번의 아픈 경험을 통해 인류가 오랫동안 중요한 가치로 믿었던 경제적인 풍요, 과학 기술의 발달과 같은 것들이 인류의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 인류의 과제는 인류가 새롭게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중요한 가치 중 한 가지가 바로“환경”이라는 믿음이 수많은 사람들을 작은 섬 제주로 모여들게 한 것이다.
환경교육은 기존의 교육 개념과 목적 및 구조에 질문을 던지고 비판적으로 접근
한다. 데이비드 오르(David Orr, 2004)는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현존하는 지속 불가능한 관행의 대부분을 양산했으며, 기존 교육의 반복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의 가치는 21세기 우리 앞에 닥쳐온 문제인 인류의 생존과 삶의 질을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우리 인류를 구해 줄 것은 교육 그 자체가 아니고, 어떤 특정한 교육이어야 한다.
환경교육은 인류가 선택해야 하는 새로운 발전 방향, 가치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특정한 교육이다. 환경교육은 인류가 단순한 경제적 풍요로움이 아닌 인간다운 삶,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며, 이를 미래세대에게 교육하는
일을 담당한다.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적 평화와 평등을 실현했을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로워 질 수 있고, 지속가능해 질 수 있는지를 학습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바로 환경교육인 것이다. 이것이 환경교육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이고, 본질적인 삶을 위한 교육이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이라 불리는 이유이다.
환경교과교육은 환경교육을 중, 고등학교에서 하나의 독립 과목 차원에서 접근하
는 방식으로 환경교육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환경교육은 유, 초, 중,
고등교육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적 성격을 갖는데, 환경교과교육은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에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가치, 태도, 행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이다. 이 기간에 어떠한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서 한 개인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떠한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왜 환경교육을 하나의 독립된 과목으로 이 시기에 집중해서 교육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환경교과를 통한 환경교육은 유, 초등교육을 통해 기초적인 환경 소양을 가진 학습자들이 대학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학습하기에 앞서 인류의 진정한 발전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환경교과교육은 환경교육의 평생교육 과정 중에서 유, 초등기와 성인기를 이어주는 핵심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모든 교육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국어 교육은 윤택한 언어 생활을 위해 필요하고, 체육 교육은 건강한 신체 발달을 위해 필요하다. 사회 교육은 사회 현상을 이해하여 올바른 사회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고, 과학 교육은 과학적 원리와 법칙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들 중 어떤 교육이 당장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약 이들 교육들 중에서 어떤 것을 받지 않으면 지구상 인류의 생존이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 인류가 20세기에 살았던 삶의 방식을 앞으로도 유지한다면 인류는 더 이상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인류의 생존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이러한 깨달음이 미래세대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미래세대가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명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구를 꿈꾸는 것, 그것이 환경교육, 환경교과교육의 존재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