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호] '유아교육’ 공교육이 필요하다
유명무실한무상보육…국공립유치원확충해야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3항에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교육기본법 제8조 1항에서는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며 의무교육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근래에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이 두 법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있어왔다. 예산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고는 하나 무상급식은 시행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중학교 학생으로부터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에 따라 교과부에서는 12년도 3/4분기부터 전국의 모든 교육청에서 학교운영지원비를 걷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분명 교육기본법이 지정한 범위 내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무상교육으로의 진전을 이루어 가고 있다.
그런데 교육기본법이 규정하는 것은 '무상교육’의 범위가 아니라‘의무교육’의 범
위다. 의무교육의 범위는 초·중등학교로 제한될 수 있을지언정, 무상교육의 범위는
구태여 제한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모든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이어야 하지만, 모든
무상교육이 의무교육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유아교육이 그렇다. 의무교육에 속하지 않지만 무상교육이 적용돼야 하는 영역이고, 조금씩이나마 무상교육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영역이다.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은 97년부터 이루어졌다. 당시 발표된 제4차 교육개혁방안 중의 일부로‘유아교육의 공교육체제 확립’이 포함되었던 것이다. 공교육체제 확립에 필요한 방안으로 ▲유아학교체제 구축 ▲5세아 취원율 100% 달성 ▲초등학교 취학 전유아 1년 무상교육 권리보장 및 단계적 추진 등이 함께 발표되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위 세 가지 사항 중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전체 유치원 취원율은 41%(2011년)에 그치고, 유아학교 체제 구축은 온데 간데 없다.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7세)에 대한 무상교육, 15년이 지났어도 아직이다. 그런데 최근에 7세 아동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해주겠다며 등장한 것이 누리과정이다. 현재는 만5세(7세)의 아동에게만 적용, 시행되고 있으나 내년 3월부터는 만3세~만5세의 아동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년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에 예산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누리과정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1600억 원)인 만큼, 그 규모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교육)과 어린이집(보육)으로 나뉘어 있는 유아교육·보육 과정
을 통합하는 등, 재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유아교육에 변화를 시도한다. 그 중에서도 역시 유아 무상교육과 관련된 재정적인 지원이 가장 중점적인 사항이다. 누리과정에서는 이전과 달리 가정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만5세의 모든 유치원 재원아에게 최대 월 20만 원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유치원의 절반이 사립유치원이라는 점이다. 사립유치원의 학비는 20만 원의 지원금으로는 절반도 충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결국은 학부모가 일정 부담을 지고 가야 한다는 말인데,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에서는 월 40만 원 이상의 학비를 요구하니 그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 2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는 사립유치원 납입금을 36~7만 원 선으로 동결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실제 사립유치원에 다니기 위한 기타 제반 비용을 합치면 학비의 수준은 그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20만 원을 받고 국공립 유치원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20만 원이라는 돈은 아동이 사립유치원에 재원 중일 때 지원되는 금액이다. 국공립에 재원 중인 아동일 경우 학비가 싼 만큼 지원금도 줄어든다.
누리과정은 분명 학비부담을 경감해 준다는 측면에서 무상교육과 맥락을 같이 하는 듯하지만, 내야 하는 학비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무상교육을 이야기한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현 정부도 무상보육을 약속했다”며 "누리과정에서 월 20만원씩 지원을 하지만, 사립유치원을 다니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보다는 사립유치원의 수를 줄이고 국공립유치원의 수를 늘리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