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호/교육현장엿보기] 천하제일 망한 수업 대회

불어교육과 15 김은서

2023-10-16     한국교원대신문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보면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것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도저히 못 참게 되는 것이다. ‘이걸 하면 재밌겠지?’ 또는 ‘이거 웃기겠다!’하는 생각을 심지어 놀러가서도 하게 된다. 전시회만 가면 툭 떠오르고, 핑크뮬리 혹은 단풍 명소에 가서도 툭 떠오르게 되는 것이 교사에게 있어서 수업이란 존재가 아닐까 싶다.

또한 나는 기대를 하면 점점 부응하고 싶어지는 욕구를 항상 갖고 있는데, 아이들이 원하고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배우러 다닌다. 덕분에 작은 지갑이 남아난 적은 없지만, 짧은 교직 생활 중에 나를 가장 즐겁게 만드는 때는 아이들이 먼저 내 수업이 재밌다고 직접 이야기 해주는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내 수업의 가장 아쉬운 점은 똑같은 수업을 다시 해볼 수 없다는 점이다. 나는 매번 수업을 할 때마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아! 이건 저렇게 할 걸...’, ‘이런 문제가 생기네...?’하는 생각이 수업하는 내내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한 수업이 모든반에 돌아가며 이루어질 때까지 멈추질 않는다. 생각만 들면 다행일까 활동하다 못해 종내에는 결과물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엉망진창인 상태에서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기도 했다.

같은 소재를 더욱 가다듬어 내년에 한 번 더 하자!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미술 수업의 특성상 아이들은 그 전에 선배들이 전시한 작업을 보고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이것을 이미 경험해 보았다고 느끼는 경우 역시 있어 지루해 하는 모습을 발견한 이후에는 매번 뭔가 달라진 수업을 해 나가야 한다는 걱정과 부담이 생겨났다. 또한 매번 학년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미적 경험 및 물성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재료도 매번 달라진다. 학기 중에 업무에 치이면서 나조차도 도전해보지 못한 재료를 가져와서 혹은 새로운 기술과 수업을 접목하여 미리 실험해보고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단연컨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수업에 대한 실험과 재료에 대한 준비는 방학이 아니면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범위이기 때문에, 방학 동안 학원도 다니고 이것저것 배워와서 새학기에 짠! 하고 막상 수업을 시작하면 예상과 아이들이 다른 경우, 학교 시설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수업을 다시 뒤엎고 새로 짜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경험은 비단 나만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선생님들이라면 모두 매해 겪고 있는 경험이 아닐까. 이렇다 보니, 나는 종종 아마 전국적으로 천하제일 망한 수업대회를 개최하면 수만 가지의 수업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재밌는 생각을 하곤한다.

내가 별의 별 생각을 할 때, 수업적으로 고민에 빠져있을 때 가장 도움을 먼저 구하는 대상은 역시 동료 교사이다. 선배 교사들의 수많은 경험에서 오는 팁과 위로들, 동기들의 경험담 공유와 조언들이 내 수업준비를 한 결 높여 완성시켜 주는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이것저것 고민하는 것보다 그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았을 때 가장 보완된 해결책이 등장하게 된다.

하루는 조각 수업을 하는 것 때문에 많은 걱정을 안고 있었다. 아이들이 칼 쓰는 방법을 몰라서 칼을 써봐야겠는데 여러 걱정들이 나를 앞서는 것이다. ‘혹여라도 칼을 쓰다 애들이 다치면 어떡하지’, ‘그러다가 민원이라도 들어오면...’에서 시작된 고민은 도구를 어떻게 줄 것인가로 이어지다 종내에는 애들에게 칼을 아예 쥐어 주지 않는 방안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런 고민을 들은 나의 동교과 멘토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봐야할 일인데, 나중에 생활하다 힘조절하지 못하고 칼을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지금 선생님과 함께 최대한 안전한 상황에서 칼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노 컷(no-cut)장갑을 나누어 주는 것과 칼을 쓸 때 알려줄 주의점들을 일러주셨다. 그 조언을 적극 수용하여 수업한 결과 크게 다친 학생 없이 조각 수업을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사실 비단 학교 내 수업뿐만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의 수업에서도 동료, 선배 선생님들의 지식과 경험은 빛을 발한다. 한 번은 동아리 체험학습 희망자에 특수학급 대상자 학생이 있었는데, 이동이 쉽지 않은 이 친구와 함께 어떻게 공용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어떻게 타야 학생이 안전할까 하는 고민에 사랑반 선생님, 옆 자리 선생님, 교감선생님까지 모두 방안을 고민하여 알려주셨다. 휠체어가 학교에 있으니 빌려가라, 학생이 다치는 최대한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같이 가주겠다, 체험학습시 주의해야할 사항들 등등...

나는 항상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격려를 받는다. 다들 도움이 필요한 내 요청에 마다하지 않고 여러 의견들을 제시해주셔서, 이러한 동료교사들이 주변에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주변의 동료 선생님들이 있어 나의 천하제일 망한 수업이 조금 덜 망한 수업이 되고, 아이들이 재밌는 수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 나아가면 이 어렵고 복잡하고 힘든 교사라는 직업도 동료 교사가 있어 견디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