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호/독자의시선] 굳은살 외 2편

김하민(역사교육·23) 학우

2023-10-16     한국교원대신문

1) 굳은살

 

밤이 되면 부모님의 발에 

소리 없는 가뭄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목마른 이에게 물 건네주느라 바빠

자신 또한 목마른지 몰랐었나 봅니다

 

누구도 보지 못해

거칠게 굳어있는 일상의 뒤안길을

조그마한 대패로 만져주었습니다

 

하얀 톱밥들로 서린 방이

당신의 온기로 따뜻해졌습니다

 

2) 현관등

 

깜박

불이 들어온다

 

지친 오늘의 걸음을 반기고

누구의 하루가 끝나는 걸 보고서

겨우 잠에 다시 든다

 

잠깐의 인기척에도 

반짝 불을 켜고서 두리번거렸던

누구보다 예민했던 당신이 가여워 

그 밑에 고이 머물곤 했다

 

비추지 않아 꺼져있어도 괜찮았다

별일 없어 잠든 불빛 사이로 

가랑가랑한 숨소리를 지켜보는 걸로

내 마음은 밝아졌으니 말이다 

 

3) 떡국

 

나이를 먹는다며

떡국에 담긴

부끄러움도 함께 먹었나보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부끄러워지는 것들이 많아져

소중한 것들을 윗목으로 내몰곤 하였고

 

뒤늦게나마 미안함에 

서둘러 바닥에 불을 올리는 것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었지

 

간만에 떡국을 먹었다

배는 차지 않았으나

조금 남겨보았다

 

혹여 부끄러움까지

함께 먹어버릴지 걱정된 탓이었다